'도청 주장' 트럼프에게 자충수될까…"러 스캔들 오히려 부각"

입력 2017-03-06 11:45  

'도청 주장' 트럼프에게 자충수될까…"러 스캔들 오히려 부각"

美언론·민주당 "승인받아 감청했다면 범죄정황 있단 얘기"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으로부터 도청당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겐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청이 사실이라면 미 사법당국이 트럼프 대통령 측의 '러시아 내통' 사건에서 중요한 단서를 잡고 감청까지 동원한 수사를 벌였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미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트위터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도청 의혹'을 제기했다. 백악관은 이어 미 의회 차원의 공식 조사까지 요구했다.

정권 초기 '러시아 스캔들'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정권을 끌어들이며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마이클 플린이 러시아 내통 의혹 속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자리에서 낙마한 데 이어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도 '러시아 인사 접촉' 위증 논란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내몰렸다.

현재 미 연방수사국(FBI)과 상·하원 정보위원회는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문제를 조사 중이다.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득을 주고자 선거에 개입했는지가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면 타개용으로 '도청 카드'를 내밀었지만 도청 주장이 오히려 자승자박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도청 주장이 '물타기' 성격이 짙다면서도 결과적으로 러시아 개입 논쟁과 관련해 더 정밀한 조사를 촉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WP는 "미국 내에서 외국 정보기관을 조사하는 데 감청 승인을 받는 건 몹시 힘든 일"이라며 "정부 기관이 트럼프나 주변 인사들을 도청했다는 것으로 판명 나면 어떤 증거가 이런 행동을 정당화했는지 명백한 의구심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의 감청 승인을 받는 게 엄청나게 어려운 일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도청이 이뤄졌다면 그에 합당한 범죄 단서가 발견됐을 것이란 얘기다.

뉴욕타임스(NYT)도 FBI의 고위급 관리들이 '법원의 감청 승인' 개념이 지닌 파괴력을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감청을 승인했다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에 트럼프 캠프가 연루됐을 것이란 중요한 증거를 사법당국이 가졌을 것이라고 미국인들이 예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척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도청 주장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트럼프 대통령이 "곤란한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그(트럼프 대통령)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린 것이라면 이는 완전히 잘못된 일이자 대통령직의 위엄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반대로 (도청 의혹이)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의 측근들이 현행법 위반 또는 해외 요원과의 접촉 정황을 독립적인 사법당국이 포착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나 측근을 향한 도청이 이뤄졌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FBI는 트럼프 대통령의 '도청 주장'이 거짓이라며 법무부에 '진실'을 공표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법무장관을 지낸 마이클 뮤케이시는 ABC방송의 '디스 위크' 프로그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반은 맞고 반을 틀렸다고 주장했다.

뮤케이시 전 장관은 "감시가 있었다는 그(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맞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감시의 주체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아닌 전 법무장관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 정보위 소속의 마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트럼프 자신도) 확신이 없다"면서도 "대통령이 우리(상원 정보위 위원들)나 대중에게 아직 내놓지 못하는 정보가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kong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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