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공사현장에 일용직 근로자로 위장 취업한 뒤 출근하는 날 다쳤다면서 산업재해 신고를 할 것처럼 위협해 무려 38곳에서 1억여원을 챙긴 30대가 쇠고랑을 찼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공갈 등의 혐의로 이모(36)씨를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부산, 대구, 경기, 경남, 경북 등 전국 38개 공사장에서 "손가락 인대가 늘어났다"고 속이고 노동청에 산업재해 신고를 할 것처럼 위협해 41차례 1억2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출근하는 날 같은 팀으로 일하는 동료가 한눈을 파는 사이에 갑자기 쓰러지는 이른바 '할리우드 액션'을 한 뒤 손을 다쳤다고 속였다.
산재신고를 하면 노동청의 현장조사가 이뤄지고 산재로 확인되면 과태료, 벌금 등을 부과받게 되는 데다가 공사입찰 참여에도 제한을 받는 등 불이익이 커 영세업체는 물론 중견 건설업체도 속절없이 당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공사장별로 합의금 명목으로 20만∼600만원을 뜯었고 일부 공사장에서는 추가 치료를 받았다면서 2차례 이상 돈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이씨는 또 돈을 주지 않는 공사장 관계자에게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마구 보내 업무를 방해했다.
그러나 한 공사현장에서는 끝까지 합의하지 않아 이씨가 산재신청을 해 재해보상금을 받기도 했다.
경찰은 이씨에게 최장 전치 6주의 진단서를 상습적으로 끊어준 대구의 모 병원과 유착됐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씨는 이렇게 챙긴 돈을 인터넷 도박으로 대부분 탕진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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