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탓 기기수명 단축…"원자로 청소에만 최소 수십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지진으로 붕괴된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을 수습하기 위해 투입된 탐사로봇이 강력한 방사선을 이기지 못한 채 잇따라 활동을 멈춰버리면서 전문가들의 애가 타들어 가고 있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원전 해체를 담당하는 도쿄전력(Tepco)의 마스다 나오히로(增田尙宏) 소장은 녹아내린 핵 연료봉의 위치를 확인하고 상태를 측정하기 위한 로봇을 더 창의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원전 해체 담당팀은 지난달 원자로 2호기에 탐색 로봇을 집어넣었지만 용융 연료와 잔해 등 침전물에 막혀 중심부에 원하는 만큼 접근하는 데 실패했다.
사고 당시 손상된 원자로에서 누출 핵연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우선 용융 진행·원자로 손상된 지점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현재로써는 원자로 내부 방사선 수치가 너무 높아 리모컨으로 조정하는 로봇을 이용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초 원자로 2호기에 투입된 '스코피온'(scorpion) 로봇은 높은 방사선 수치 때문에 예상보다 5배나 빠른 2시간 만에 수명을 다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 로봇은 73시버트(Sv) 수준의 방사능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원자로 내부는 그 수치가 530시버트에 달하는 것으로 측정된다고 설명했다.
사람은 1시버트에만 노출돼도 방사선 병에 걸리거나 메스꺼움을 느끼며, 5시버트에 노출된 경우 한 달 내 절반이 숨질 수 있다.
원전 해체 작업 관계자들은 이 같은 차질에도 불구하고, 원래대로 오는 여름까지 잔해 제거 방식을 정하고 2021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처럼 예상보다 훨씬 큰 난항을 겪고 있어 원자로 청소 작업에만 최소 수십 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원자력 발전소 주변을 청소하는 작업 역시 또 다른 과제다. 여기에는 애초 예상된 4조엔(40조6천400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비용이 예상된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에서는 대지진으로 쓰나미가 덮치며 원전 사고가 발생, 1만5천826명의 사망자(2016년 12월 기준)가 발생했으며 아직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은 행방불명자도 2천552명에 이른다.
일본 정부는 사고 피해액이 20조엔(약 203조1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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