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은 도덕성 문제?"…국제여성단체 보고서 발표

입력 2017-03-06 16:17  

"강간은 도덕성 문제?"…국제여성단체 보고서 발표

이퀄리티 나우, 73개국 사법체계 조사…"남녀 차별 만연"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와 결혼하면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등 세계 각국 성폭력 관련법의 허점을 고발한 보고서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적인 여성인권단체 '이퀄리티 나우'(Equlaity Now)가 오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발표한 '세계의 수치: 지구적인 강간 확산'(The World's Shame: the Global Rape Epidemic)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73개 유엔 회원국의 사법체계 82개를 조사한 결과, 15개가 강간을 폭력이라기보다 도덕성의 문제로 인식했다.

이런 사법체계를 유지하는 국가 가운데는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예멘 등 이슬람권 국가는 물론 선진국으로 간주되는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유럽 국가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예컨대 스페인과 룩셈부르크, 모로코에선 성폭행 사실을 인정받으려면 증인의 확증을 확보하고 '매우 부담스러운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또한, 이런 국가의 사법부는 가해자의 혐의를 줄여주거나 피해자에 대한 선입견을 형성할 수 있는 증거 채택을 허용했다고 보고서는 고발했다.

이처럼 법이 피해자를 위한 정의 구현이 아닌 피해자에게 수치심만 안겨주고 끝나는 사례가 만연하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지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의 35%, 미성년자 10명 중 1명꼴로 성폭력을 경험한다.


일부 국가에선 성폭행 가해자가 피해자와 결혼하면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악법도 존재했다고 이퀄리티 나우는 고발했다.

2012년 모로코에서 자신을 성폭행한 남자와 강제로 결혼했다가 자살한 16세 소녀 아미나 필라리가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당시 모로코에서 파문을 일으키며 가족법 개정을 끌어냈다.

바레인, 이라크, 필리핀, 튀니지 등도 이와 유사한 법이 현존한다.

이밖에 일부 조사 대상국은 부부간 성폭력을 인정하지 않고(인도), 피해자가 '동의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리면' 처벌하지 않거나(그리스, 세르비아, 러시아, 태국 등) 미성년자 강간과 미성년자 성매매의 처벌 수위에 차등을 두는 등(인도네시아) 불합리한 사례도 확인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퀄리티 나우의 안토니아 커클랜드는 "법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낮게 대우받는 현실을 보여준다"며 "각국 정부가 관련법과 정책을 들여다보고 이런 차별을 제거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퀄리티 나우는 오는 6월 불평등한 법 개정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UNHCR에 제출할 계획이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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