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서 "내가 후보로 나서기에는 너무 늦어"…피용에 "고집 버리지 않아 곤경"
사르코지, 피용·쥐페 회동 제안…공화당 지도부 긴급회의 열기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대선에서 제1야당인 공화당의 대체 후보로 거론돼온 알랭 쥐페 전 총리(71)가 대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6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그는 대체 후보설을 잠재우면서도 세비 횡령 스캔들에 휩싸여 고전하는 현 공화당 후보 프랑수아 피용을 비난하고, 다른 대선후보들에게 쓴 소리를 했다.
보르도시장으로 재직 중인 쥐페는 이날 보르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에는 너무 늦었다. 프랑스인들이 원하는 쇄신을 내가 대변한다고 생각지도 않는다"며 대체 후보가 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현재 병들어있다. 5공화국 들어 대선이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치러진 적이 없다"면서 "중도파와 우파는 그야말로 난장판"이라고 덧붙였다.
쥐페는 현 공화당 대선후보인 프랑수아 피용(63)이 가족을 의원 보좌관으로 허위채용해 세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지지율이 급락한 뒤부터 가장 유력한 대체후보로 거론돼왔다.
그는 "후보 교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최근 피용의 지지율이 더 떨어지고 그가 법원의 출두명령을 받는 등 수사가 본격화되자 '피용이 사퇴한다면 후보로 나설 용의가 있다'고 시사해 프랑스 정가가 술렁이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 전인 5일 오후(현지시간) 피용이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대규모 지지자 집회를 조직해 "후보사퇴는 없다"며 대선 완주 뜻을 재확인하자 곧바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출마설을 잠재웠다.
쥐페는 "지난주에 이어 오늘까지 많은 요구를 들었지만, 나와 내 가족의 평안을 (언론과 정치적 라이벌들에) 먹잇감으로 내놓지 않겠다"며 거듭 불출마 의사를 재확인했다.
쥐페는 대선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도 현 대선후보인 피용의 대응 방식에 대해 쓴소리도 덧붙였다.
쥐페는 피용 측이 하루 전 조직한 대규모 집회를 거론하며 "피용은 고집을 버리지 않았고, 공화당 지지자들과 핵심당원들은 극단화됐다"면서 "피용의 음모론에 기초한 대처방식이 그를 곤경에 처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피용의 대선 라이벌들에게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그는 극우성향 대선후보인 마린 르펜(48)에 대해서는 "유럽에 반대하는 광기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난했다.
중도신당 후보로 나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39)에게는 실정을 거듭한 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인물이라면서 "쇄신을 대변하지만, 그 정치적 미숙함으로 유권자들을 현혹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공화당 경선에서 피용에게 패하긴 했지만, 당과 중도우파 유권자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쥐페가 불출마 의사를 재확인하면서 공화당은 패색이 짙어지는 분위기다.
이미 피용 대선캠프에서는 사르코지 계열과 쥐페 계열을 중심으로 의원들이 대거 이탈해 선거대책본부가 와해 직전의 수준까지 이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피용과 쥐페의 양자 회동을 제안했다. 양측의 협력 없이는 대선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데, 회동이 성사될 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공화당 지도부도 이날 오후 6시 긴급회의를 열어 후보 교체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쥐페의 기자회견으로 김이 빠진 모양새가 됐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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