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박영수 특검 90일의 명암

입력 2017-03-0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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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박영수 특검 90일의 명암

(서울=연합뉴스) 박영수 특별검사는 6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 "한정된 수사 기간과 주요 수사 대상의 비협조 등으로 특검 수사가 절반에 그쳤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박 특검은 또 "남은 국민적 기대와 소명을 검찰로 되돌리겠다"면서 "특검이 수집한 수사자료를 토대로 검찰이 훌륭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사가 미진했음은 인정하지만 대부분의 책임은 다른 데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수사기간 연장 불승인과 청와대 압수수색 불발,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무산 등을 암시한 것 같다. 물론 그런 일들이 수사의 진전에 큰 장애물이 됐을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공식 브리핑에서 이런 식의 '갈등 유발' 발언을 한 것은 받아들이기 불편하다. 지금 나라가 처한 상황을 세심히 살펴 좀 더 공정하고 성숙한 태도를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 특별검사는 "특검법에서 명백히 선언했듯이 특검의 수사결과 발표는 국민에 대한 의무"라면서, 브리핑을 시작하기 전에 발표 시점이 늦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요약하면 수사기간 만료 하루 전날 연장 불승인 결정이 내려져, 급히 기소 절차를 마무리하고 검찰 이관 기록을 정리하느라 늦어졌다는 것이다. 특검이 활동종료 후 엿새나 지나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하다. 원래 특검 수사결과는 활동종료 당일이나 하루 전날 발표하는 것이 관례다. 이번 특검의 경우 수사 대상이 광범위해 더 시간에 쫓겼을 수 있다. 하지만 수사결과 발표가 늦어질 것이라는 소문은 일찍부터 나돌았다. 심지어 '3월 6일'을 지목한 언론보도도 여럿 있었다. 특검 내부적으로 수사기간 연장을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는 말도 들렸다. 수사결과 발표 시점이 왜 민감한지는 특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르면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나흘 뒤이다.



특검은 이날 브리핑을 크게 수사 결과와 의혹사항 조사 결과로 나눴다. 특검이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사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최순실을 거쳐 박 대통령한테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고리가 이 부회장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박 특별검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뇌물액수도 433억여 원으로 특정했다. 하지만 최 씨에게 건네진 돈이 실제로 박 대통령에게 넘어갔는지 여부는 명확히 입증된 것 같지 않다. 본 재판에서 치열한 다툼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검은 또 세월호 사고 당일 박 대통령 행적과 관련, "사고 당일이나 전날, 비선 진료나 시술을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필러 보톡스 등 8차례 피부 시술을 받을 사실을 확인했다며 구체적인 시점과 함께 공개했다. 특검 스스로 인정했듯이 세월호 사고와 무관한 시점에 박 대통령이 피부 시술을 받았는지 여부는 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니다. 특검이라는 공권력이 여성 대통령에 대한 '의혹 해소'를 위해 행사된 것이 아닌지 되돌아봤으면 한다.



박 특별검사는 지난 3일 기자들에게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발부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 우 전 수석이 세월호 수사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은 인정될 만한데 청와대 압수수색이 무산되고 시간도 부족해 보강수사를 못했다는 취지였다. 비공식 발언이라고 하지만 신중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특검이 우 전 수석을 소환해 조사한 것은 활동종료 열흘 전인 2월 18일이다. 특검은 그 다음날 구속영장을 청구해 사흘 뒤인 22일 기각당했다. 우 전 수석은 특검 활동의 주목적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소환 시점과 사전 조사 과정을 보면 특검이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한 달 넘게 매달려 영장 재청구 끝에 구속한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와 비교하면 그런 측면이 두드러진다. 특검이 수사의 속도 조절과 힘의 분배에서 허점을 드러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박영수 특검팀의 성과에 흠집을 내자는 것은 아니다. 과거 11차례 특검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성과를 낸 게 사실이다. 현 정부 최고 실세로 통했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비롯해 조윤선·문형표·김종덕 전 장관 등 전·현직 고위 공직자를 여러 명을 구속했고, 재판에 넘긴 인원이 30명에 달한다.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기소 인원으론 최대 기록이다. 게다가 현직 대통령까지 대상에 올린 사상 초유의 수사였다. 어려운 여건에서 선전했다는 평가를 들을 만하다. 그러나 의욕이 앞서서인지 때때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린 부분은 아쉽다. 박 특별검사가 마지막 브리핑에서 '국민적 기대와 소명' 운운한 것도 아슬아슬하기는 마찬가지다. 그 국민은 어떤 국민을 말하느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지 궁금하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특검이 되려면 마땅히 온 국민의 특검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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