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말레이, 대사 상호추방…단교 수순 밟나

입력 2017-03-06 22:35   수정 2017-03-06 22:39

북한-말레이, 대사 상호추방…단교 수순 밟나

北 '적반하장' 고수시 대사관 폐쇄·철수-단교 수순 배제못해

北태도따라 냉각기후 복원 가능성도…韓정부 동남아서 대북 고립외교 박차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한과 말레이시아가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 6일까지 상대국 대사를 각각 추방하는 고강도 조치로 맞섬에 따라 양국 관계는 중대 기로에 섰다.

북한 외무성이 6일 자국 대사를 추방한 말레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자국 주재 말레이 대사에 대한 추방 결정을 내림에 따라 양국은 현재 상대국에 대사를 두지 않는 상태가 됐다.

지난주 추방통보를 받은 강철 주 말레이 북한 대사는 6일 쿠알라룸푸르를 떠났고 모하맛 니잔 북한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는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한 본국의 소환 명령에 따라 이미 지난달 21일 평양을 떠나 귀국한 바 있다.

엄밀히 말하면 특정인을 '외교적 기피인물'(Persona Non Grata)로 지정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대사를 뽑아서 아그레망 절차(신임 대사에 대해 접수국 동의를 얻는 절차)를 진행하면 되지만 현재 양국의 분위기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대사의 복귀가 단시간내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전직 외교관은 "양국 관계가 복원돼 대사가 상호 복귀하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되면 앞으로 남은 단계는 상대국의 자국내 대사관 폐쇄 명령 또는 상대국내 자국 대사관의 철수와 단교뿐이라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나집 라작 말레이 총리는 6일 기자들과 만나 자국 주재 강철 북한대사 추방 통보 이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상황을 지켜보며 단계적으로 조처할 것"이라고 말해 추가 조치의 여지를 남겼다.

북한이 말레이 당국의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채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양국 관계가 단교로까지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앞으로 말레이 당국의 수사 과정에서 북한 정권의 조직적 개입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추가 증거가 나오고 북한은 계속 '어깃장'을 놓을 경우 말레이시아는 자국 여론을 감안해 중대한 추가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말레이시아와의 관계 뿐 아니라 아세안과의 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북한도 모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갈수록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에서 북한으로선 그나마 '비빌 언덕'이 되어온 아세안 전체를 등지는 것은 피하고 싶을 것이기에 단교를 면하기 위해 어느 정도 수사에 협조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게 일각의 예상이다. 그럴 경우 양국은 '냉각기'를 가진 뒤 관계 복원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정규 외교차관보(5∼9일)의 필리핀·인도네시아 방문, 윤병세 외교장관의 이달 중순 동남아 방문 등을 통해 우리 정부는 아세안을 상대로 한 대북 압박 및 고립 외교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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