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문가들, 사드보복 中에 "'북핵 억지수단' 납득시켜야"

입력 2017-03-07 05:30  

유럽 전문가들, 사드보복 中에 "'북핵 억지수단' 납득시켜야"

"중국이 한국 약점 잡아 철회 압박 가하는 것…韓中 정부가 해결해야"

"한국 맞제재는 긴장 고조시킬 뿐…군비 경쟁 우려도"





(모스크바 런던 로마 파리=연합뉴스) 유철종 황정우 현윤경 김용래 특파원 = 유럽의 아시아문제 전문가들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확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조치에 대해 사드를 북한의 핵에 맞서는 억지수단이라는 점을 중국에 납득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연합뉴스와 긴급 전화·서면 인터뷰에서 중국이 한국의 정치적 약점을 이용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당분간 양국이 해결책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다.

먼저 프랑스의 싱크탱크 전략연구재단(FRS)의 아시아 전문가 앙투안 봉다즈 연구위원은 중국이 대통령 탄핵 등 한국의 국내정치의 약점을 파고들어 사드 철회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봉다즈 박사는 "중국이 한국의 국내 정치상황, 가령 국가적 응집력의 결여와 같은 약점을 감지해 (보복을) 감행했다"며 "미국보다는 이웃 나라인 한국에 압력을 가하기가 훨씬 쉽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 정부가 사드를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안보를 지킬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 후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봉다즈 연구위원은 "사드가 한국에 필수불가결하며 국가안보를 경제적 이익과 맞바꿀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배치하면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효율적 방어체계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드배치 철회를 결정할 경우 "한국은 중국에 영향을 주지 않는 (보다 협소한 사정거리의) 미사일 감시·방어체제 도입을 검토할 수 있고, 중국은 이에 반대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디.

봉다즈 박사는 중국이 언제까지 보복을 계속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중국의 행동은) 한국을 중국 쪽으로 끌어오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더 가깝게 붙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며 "한국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계속 줄타기를 하고 미국 쪽에 100% 치우쳤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중국은 한국에 계속 압력을 넣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현재로써는 한국의 기업들이 중국의 조치에 대응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양국 정부 간에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의 국제문제 싱크탱크인 국제연구소(CESI)의 안드레아 마르젤레티 소장은 국제사회가 북핵 위협을 풀기 위한 공동대책 마련을 위해 부심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 정부로서는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에 맞서는 억지 수단이라는 점을 중국 측에 납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르젤레티 소장은 최근 몇 년간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삐걱대고 있고 중국 정부가 북핵 위협을 풀 해결책을 찾기 위한 실용적인 논의에 좀 더 열린 태도를 지니고 있는 점을 한국이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사드 반대는 중국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불편한 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면서 중국이 이 문제를 동북아 지역균형을 위한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왕립국제학연구소 채텀하우스의 북한 전문가 제임스 에드워드 호워는 중국의 보복조치에 대해 "해결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국은 사드를 중국을 통제하려는 미국의 시도로 생각하고 있다. 사드가 한국에 북한(미사일)에 관한 진전된 정보를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기에 사드는 한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서 정권 변화가 생긴다면 해결 방법이 있는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 않다면 한·미가 사드배치를 중단하든 중국이 사드를 받아들이든 어느 한쪽이 주장을 굽힐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접점을 찾기 어려운 '강 대 강' 대치 상황으로 관측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의 아시아전략센터 게오르기 톨로라야 소장은 "중국은 오래전부터 사드 배치가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경고해 왔다"면서 앞으로 중국의 보복이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은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에 대해선 보복이 따른다는 메시지의 '시범 케이스'로 사드 문제와 관련한 한국 제재에 나서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에도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단호하게 지킬 것이란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톨로라야 소장은 "앞으로 보복조치가 더 강화될 것"이라며 "중국이 군사적 대응에 나서면 러시아도 극동지역에서 대응을 해야 하는데 이는 역내 군비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아울러 "한국이 당장 사드 배치 취소를 결정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배치를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면서 "중국의 제재에 맞제재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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