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여유 주고 이라크 빠져…시리아 국적자도 완화
종교적 편향 없다고 단언…무슬림 차별 위헌논란 여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반(反)이민 수정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 1월 27일 애초 내놓은 반이민 행정명령이 미국 연방지방법원·항소법원 등 사법부에 의해 제동이 걸려 시행이 좌초됨에 따라 일부 국가를 입국금지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나름대로 '손질'을 가한 수정판을 내놓은 것이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기존 행정명령과 이날 나온 수정 행정명령의 5가지 차이점을 정리했다.
◇ 발효 일자
우선 행정명령이 발효되는 시점이 달라졌다. 기존 행정명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직후 발효돼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공항에서 엄청난 혼란을 초래했다. 수천 명의 미국 비자 소지자들이 공항에 발이 묶이는가 하면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구금되는 사태도 빈발했다.
이번에는 이런 혼란을 의식한 듯 서명 후 10일간의 '시차'를 뒀다. 수정 명령은 오는 16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백악관이 발표했다.
◇ 이라크 제외
기존 입국금지 대상 이슬람권 7개국에서 이라크가 제외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라크 정부는 현재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 위협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미군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미국도 이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 자료에 의하면, 여행비자를 신청하는 이라크 국민을 미국 정부가 심사하는 데 이라크 정부가 협력하기로 합의한 이후 이라크가 입국금지 대상 이슬람권 7개국에서 빠졌다.
◇ 시리아 국민 무기한 입국금지도 완화
애초 행정명령은 시리아 국민의 경우 미국 영토내 무기한 입국금지를 담고 있었다. 기존 명령은 시리아 난민 입국이 미국의 이해관계에 유해하다는 점을 들어 무기한 입국금지를 명했다.
하지만, 수정 명령에서는 시리아 국적자도 여행객의 경우 90일, 난민의 경우 120일간 한시적인 입국금지 조처의 적용을 받는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지난 한 해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1만여 명의 난민이 미국으로 들어왔다.
◇ 그린카드 소지자는 영향 없어
기존 명령은 그린카드(영주권자) 소지자까지도 입국금지 적용 대상이 되면서 반발을 불렀다. 연방법원도 합법적인 비자 소지자에 대한 입국금지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수정 명령에서는 합법적인 영주권을 가진 이슬람권 6개국 국적자가 수정 명령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입국할 수 있도록 바꿔놓았다.
◇ 종교적 차별은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정 명령에 종교적 차별이 없다고 강조한다. 이슬람 국가 내에서 박해를 받는 기독교인과 같은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선호도 언급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새 행정명령 역시 이슬람교라는 특정 종교권 국적자의 입국을 막는다는 기존 명령과 동일한 골격을 유지하고 있어 위헌 논란을 빚을 전망이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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