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끄고 잠적했다 사우나·저녁식사 마치고 경찰 출석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음주 운전중에 폐지를 수거하는 70대 노인을 치고 달아난 2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로 김모(27) 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달 11일 오전 6시 30분께 K7 승용차를 몰고 부산 수영구의 한 편도 2차선 도로를 달리다 폐지가 실린 리어카를 끌고 마주 오던 서모(76) 씨를 치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조수석과 뒷좌석에 지인 2명을 태우고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머리 등을 크게 다친 탓에 가족을 못 알아보는 것은 물론 기도를 통해 음식물을 공급받는 상태다.
서씨는 부인, 둘째 아들과 셋이 살며 용돈을 벌고 생활비에 보태려고 이른 시간에 폐지를 모아 고물상에 가다 사고를 당했다.
사고 충격으로 리어카가 크게 파손됐고 현장에는 김씨 승용차의 번호판이 떨어져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승용차를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한 뒤 택시를 타고 현장에 돌아와 번호판을 수거하려다 경찰관이 출동한 것을 보고 휴대전화 전원을 끈 채 잠적했다.
김씨는 인적이 드문 인근 황령산 봉수대 등에 숨어있다가 내려와 사우나와 저녁식사를 마치고 사고 발생 13시간 만인 사고 당일 오후 7시 30분께 경찰서에 출석했다.
경찰은 김씨가 "사고가 난 것은 알았어도 노인은 못 봤고 도주한 사실은 없다"며 혐의의 일부만 시인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가족들은 김씨가 숨어있는 곳을 알면서도 자수를 권유하기보다 '김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끝까지 경찰관들을 속였다"며 "결국 김씨가 반성하고 뉘우칠 기회를 놓치게 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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