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물지만 中SNS에 '배타적 애국주의'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제기
압도적 反韓 여론속 비이성적 대응·국수주의 고양 자제 주장도 나와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과 반한 정서가 들끓고 있지만, 중국내에도 비이성적 대응의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 당국과 관영매체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면서 한국제품 불매를 다짐하는 가하면, 팬이었던 한국 연예인과의 '이별'을 선언하는 글들로 도배돼 있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 중국내 만연하는 '배타적 애국주의'에 반발하며 이성을 되찾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책임있는 대국'을 지향하는 중국의 이미지에 걸맞지 않다는 주장도 꽤 있다.
웨이보 ID가 자오(趙)로 시작하는 한 네티즌은 "막무가내식 애국주의 정서가 고조되면서 한국제품 불매, 롯데 보이콧, 한국인 배척의 주장이 쏟아져나온다. 이게 맞는 것인지 회의감이 든다"고 적었다.
이어 한 블로거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에게 부모와 사드 토론을 하라고 시키는 것이 애국교육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사드 문제를 빌미로 중국내 팽배한 국수주의적 태도를 꼬집었다.
또다른 네티즌은 "최근 반한론자들의 논리는 부실하기 그지 없다"며 "한국의 사드배치는 북한의 연속적 핵실험에 대해 중국이 구두로만 비난하고 구속력 있는 제재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 대통령이 중국에 우의를 표하기 위해 미국의 압력도 물리치고 중국 열병식에 참석했는데 북한의 추가 핵실험 당시 중국의 전화도 받지 못했다. 당신 같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중국의) 대북 정책 실패가 동북아 안보형세의 위기를 초래했다. 북한은 이미 중국의 마이너스 자산이 됐다. 한국의 사드배치에는 찬성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한국에 핵무기 배치를 원하는 것인가"라는 댓글도 있었다.
그러면서 "하나 모를 것이 사드는 미국이 배치하는 건데 왜 모두들 한국제품을 불매하려 하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ID가 마이(埋)로 시작하는 한 네티즌은 "최근 일련의 댓글 부대가 특정국가를 공격하고 악심을 품은 댓글들을 쏟아낸다. 웨이보 댓글을 보면 모두 비슷한 내용들"이라며 조직적인 반한 여론 조장을 의심하기도 했다.
중국의 냉정한 성찰과 한국 상황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더러 있다.
중국 시사평론가 천제런(陳杰人)은 중국이 걸핏하면 경제제재 수단으로 대외적으로 공격을 하는 행위는 실제 외교적으로 유치화됐음을 보여주며 국제규칙에도 맞지 않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정치, 경제, 지역, 인구 대국으로 자신감을 갖고 관용적인 대국의 풍모를 가져야 한다"며 "사드 문제에 대해 북한 핵문제를 성찰하고 이성적으로 해결하는 태도를 가져야지, 툭하면 경제수단으로 특정국을 배척하는 행위를 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중국내 한 외국계 소식통도 "중국이 다른 국가와 마찰이 생길때 관광객을 줄이거나 끊곤 하는데 마치 술병을 들고 노는 어린아이 같다"며 "대국의 도량을 잃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리카이성(李開盛) 상하이 사회과학원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의 대(對) 한국 제재 논리가 '징벌론', 또는 '교훈론'으로 단순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며 한중간의 복잡한 역사적 현실, 중국과는 다른 한국의 정책결정 체계 등 장기 정치적 요인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쑨싱제(孫興杰) 지린(吉林)대 공공외교학원 교수는 "롯데가 2가지 이익 가운데 취사선택하기 어려웠던 것처럼 한국도 자국 안보와 대국간 전략균형 문제 사이에서 똑같은 딜레마에 빠져있던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