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5일 개막한 올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각료나 주요 보직에 발탁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 가까운 인사들이 첫선을 보이는 무대 역할을 하고 있다.
해당 인물들은 전인대 무대 첫 등장으로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이를 시 주석에 대한 "충성"을 어필하는 기회로 삼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6일 오전에 열린 전인대 각료회견의 테이프를 끊은 사람은 지난달 갓 취임한 허리펑(何立峰·62)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이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지도하에 우리나라 경제는 안정 속에 호전되고 있다"는 말로 회견을 시작했다.
허 부주임은 푸젠(福建) 성 샤먼(廈門)대학교에서 재정금융을 전공한 경제학 박사로 샤먼시 정부에서 오래 근무했다. 허베이(河北)성에서 샤먼시 부시장으로 옮겨온 시 주석이 샤먼시 부시장을 거쳐 푸젠 성 간부로 승진한 후 허 주임도 성 도인 푸저우(福州)시 책임자 등을 지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샤먼시 부시장을 지낼 때 재정국 간부로 근무해 시 주석의 옛 직계 부하를 뜻하는 '시자쥔'(習家軍) 계열로 분류된다.
그가 책임자로 있는 발개위는 광범위한 인허가권을 갖는 막강한 기구다. "가장 강력한 경제관청"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이날 회견에서도 별칭에 걸맞게 거시경제 상황과 일대일로 구상, 베이징 주변 도시권의 동시개발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허 주임은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해 "시 주석이 제창한"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시 주석이 역점을 두고 있는 빈곤대책에는 특히 긴 시간을 할애했다.
허 주임은 중국 중앙무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많지 않다. 발개위 부주임 때부터 쳐도 3년이 채 안 된다. 이 바람에 답변을 부하에게 미루는 장면도 많았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중국의 떠오르는 정치 스타로 꼽은 차이치(蔡奇) 신임 베이징 시장은 작년 10월 시장대리로 임명된 데 이어 올 1월 시장으로 취임한 인물이다. 시 주석이 저장(浙江)성 간부로 있을 때의 "복심"으로 꼽히는 인물 중 하나다. 차이치 시장도 이날 오후 베이징시 대표단 회의에 참석한 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보였다.
그도 "수도 베이징을 어떤 도시로 건설할 것이냐"는 질문에 시 주석이 이번 전인대를 앞두고 2월 하순 베이징을 시찰하면서 했던 내용을 끄집어내는 것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위대한 사회주의의 수도, 민족부흥을 향한 수도를 건설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해 시 주석이 제시한 내용을 따를 생각임을 분명히 밝혔다. 또 시 주석이 구호로 내걸고 있는 "중국의 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베이징은 위대한 조국의 수도로서, 시대적 사명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수도의 얼굴인 베이징 시장에는 지방 정부 수장을 역임한 사람이 취임하는 게 관례지만 차이 시장은 저장성에서 부 성장을 지낸 이력밖에 없다. "시 주석에 의한 이례적 발탁"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반발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시 주석이 저장성 책임자 시절 부 성장을 지내 '시자쥔' 계열로 분류되는 중산(鐘山·62) 신임 상무부장도 기자회견장에 나왔다. 중 부장은 무역정책을 묻는 질문에 "양적 확대에서 질적 향상으로 전환해 무역대국의 지위를 지킬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