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여만에 민주당 떠나는 김종인…문재인과 '루비콘강' 건너

입력 2017-03-07 11:43  

13개월여만에 민주당 떠나는 김종인…문재인과 '루비콘강' 건너

文 '삼고초려'로 구원등판…관계악화 후 비문연대 구심점 자처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7일 민주당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1월 중순 문재인 당시 당 대표의 '삼고초려'로 구원투수로 등판, 민주당에 몸을 담게 된지 13개월여 만에 당을 떠나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총선 국면에서 자신을 영입한 문 전 대표와 '공동운명체'를 이루며 한때 문 전 대표의 '킹메이커'가 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우여곡절이 얽힌 '애증의 시간'을 거치면서 김 전 대표는 반문(반문재인) 진영의 좌장격으로 문 전 대표 및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대척점에 서게 됐고, 결국 "문 전 대표와는 당을 함께 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의원직까지 내던지고 탈당하는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김 전 대표는 지난해 1월15일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 전 대표의 분당 사태 등의 여파로 풍전등화에 놓였던 제1야당의 원톱 선대위원장을 수락, 야당 인사로 변신했다.

5년전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 겸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지내며 박근혜 정권 탄생의 산파역으로 꼽혔으나, 경제민주화에 대한 입장차 등으로 인해 결별한 뒤 진영을 옮겨 '이적등판'한 셈이다.

문 전 대표는 김 전 대표에게 전권을 넘겨주며 2선으로 후퇴했고, 그 뒤 김 전 대표는 '우클릭'을 통해 외연확장을 꾀하고 당내를 향해 잇단 쓴소리를 쏟아내며 광폭행보를 이어갔다. 4·13 총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123석을 거머쥐며 제1당의 위상을 확보했다.

그러나 공천 과정에서 자신을 비례대표 2번으로 낙점한 것을 두고 '셀프공천' 논란에 휩싸이는 등 친문 진영에서도 반발이 일자 대표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다.

당시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물고 있던 문 전 대표가 급거 상경해 "김 대표는 이번 총선을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로 치르는데 간판 역할을 하고, 총선 이후에도 다음 대선 때까지 그 역할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국회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수습하는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불안한 동거'를 이어온 두 사람은 4·13 총선 이후 가진 만찬 회동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놓고 진실게임이 벌어진 뒤 관계가 멀어졌다. 여기에는 8·27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전 대표에 대한 합의추대론에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김 전 대표는 당시 내심 합의추대를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문 전 대표는 "현 상황에 합의추대가 가능하지 않고 김 대표가 경선에 불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대표는 8·27 전대에서 추미애 대표에게 당권을 넘겨준 뒤 개헌을 고리로 보폭을 넓히면서 당 안에 있으면서도 제3지대론의 변수로 꼽혀왔다. 그는 '비(非)패권지대' 구축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친문 진영과 각을 세워왔으며, 특히 개헌 문제를 놓고 문 전 대표측과 정면충돌을 이어왔다.

그는 최근에는 비문인사들이 주축을 이룬 개헌파들이 친문 성향 지지자들로부터 '문자 폭탄'을 받은 일과 자신이 주도해온 대표적 경제민주화법인 상법 개정안처리가 무산된 점, 그리고 문 전 대표 캠프의 전윤철 공동선대위원장이 언론인터뷰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비판적 표현을 한 것 등을 놓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또한 "속았다"며 문 전 대표에 대한 여과없는 반응도 여러 번 드러낸 바 있다. 한 핵심인사는 "어쨌든 위기의 당을 살려 제1당까지 만들어놓았는데, 문 전 대표는 김 전 대표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당내 경선 구도에서 안희정 충남지사가 돌풍을 이어갔을 당시 잠시 기대를 품었으나 문재인 대세론이 굳어지면서 주변 인사들에게 "이 당 안에서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그냥 보지 못하겠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고 한다.

결국 두 사람은 '루비콘강'을 건넜고, 김 전 대표가 직접 대선 출마를 할 경우 한때 전략적 제휴였던 이들은 정반대에서 대결하게 되는 셈이 된다.

서강대 교수 출신인 김 전 의원은 1981년 11대 총선에서 민정당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민정당 국회의원으로 있던 1987년 개헌 때 헌법 제119조2항인 경제민주화 조항, 이른바 '김종인 조항' 입안을 주도하면서 개혁 성향을 드러냈다. 이 조항은 이후 정부의 소득재분배, 재벌 시장지배력 남용 금지 정책 등의 근거가 됐다.김 전 의원은 노태우 정부에서 보건사회부 장관과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냈고 대기업들의 과다한 부동산 소유를 제한한 토지공개념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후 민자당 전국구 의원으로 14대 국회에 재입성했고 17대 국회에 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로 당선되는 등 4선을 지냈고,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5선의 기록을 세웠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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