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치력부재 비판 우려 속 "이제는 적" 반응도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박경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7일 탈당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자 당내 대권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측은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문 전 대표가 총선에서 승리하고자 '삼고초려'했지만 결국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1년을 조금 넘긴 시점에서 김 전 대표가탈당한 것은 문 전 대표로서도 타격이 될 수 있어서다.
김 전 대표가 "나는 속은 사람"이라며 문 전 대표와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향해 노기를 띤 채 떠나면서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고리로 한 제3지대론이 탄력받을 경우 원심력이 강화되며 '문재인 대세론'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와 함께 경제민주화의 상징적 인물인 김 전 대표가 친문 진영을 향해 "개혁입법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직격을 한뒤 문 전 대표 스스로 정권교체 후 이어져야 할 대표적인 정책 기조로 꼽아온 경제민주화의 동력이 떨어지게 됐다는 시각도 일각에서 나왔다.
한 비문 진영 인사는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라는 안팎의 비판을 극복하려면 당내 통합을 항상 숙제로 안고 있었지만 비문계 구심점인 김 전 대표도 잡지 못해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는 형국이 됐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표의 탈당선언과 관련, "대단히 안타깝다"며 "김 전 대표가 탈당 후 어떤 선택을 하실지 모르겠지만, 경제민주화라는 정신 만큼은 어떤 경우에도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 측 인사들도 일단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며 난감해 했다.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방법만 있으면 김 전 대표의 탈당을 막고 싶었는데 마음을 열지 않으셨다"며 "아쉽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상당수 관계자는 탈당 후 어떻게든 문 전 대표의 반대편에 서게 될 김 전 대표의 처지를 '적'으로 규정하고 '이해할 수 없다'며 날이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문 전 대표, 김 전 대표 양쪽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김 전 대표와는 '결별'한 것으로 알려진 손혜원 의원은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 "김 전 대표가 탈당하고 우리에게 겨눌 포탄을 얘기하겠다"며 "이번 대선에서만은 김종인 박사님께 저도 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문 전 대표의 대선 패배가 확정됐을 당시 김 전 대표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정치 초년병이 1천460만표를 얻은 건 대단한 일이니 다시 한 번 도전하게 문 전 대표의 용기를 북돋워 주어라'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손 의원은 "김종인 박사님, 지금은 그 생각이 바뀌신 것입니까"라며 "김 박사님이 가시려는 당에 1천460만표를 받을 수 있는 후보가 있는지, 혹시 그렇게 생각하시나"라고 반문했다.
손 의원은 김 전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이유를 '돈 욕심, 가족이 없다'고 한 것을 두고 "이게 뭡니까"라고 말하는가 하면 같이 출연한 예종석 홍보본부장은 "본인은 지지도가 없다"고도 이야기했다.
문 전 대표 측은 김 전 대표의 잇단 탈당 경력을 언급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한 관계자는 "민주정치는 대의정치로 구현되고 대의정치는 정당정치를 기반으로 작동하는데 김 전 대표는 훌륭한 분이긴 하지만 정당정치에 적합한 것 같지는 않다"며 "3김 시대의 마지막 정치인 중 한 명"이라고 비난했다.
문 전 대표 측의 이러한 반응들을 두고 '비문(비문재인)' 진영에서는 총선 승리가 절박할 때와 '대세론'이 주를 이룬 현재의 친문계 태도가 너무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문계 한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김 전 대표를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이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식의 태도가 친문계의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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