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측 "업무 강요 없었다…업무량은 직접적 사인 아냐"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간 여고생이 투신해 사망하자 전북의 시민사회단체가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투신한 여고생이 소속됐던 전북의 한 콜센터는 "업무량이 직접적인 사인은 아니다"고 반박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7일 해당 콜센터 앞에서 공동대책위 발족식을 열고 콜센터의 사죄를 촉구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A(19)양이 콜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후부터 과도한 업무와 사측의 '실적 압박'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특성화고에 재학 중이던 A양은 지난해 9월 8일부터 '취업 연계형' 현장실습을 위해 콜센터에서 근무했다.
A양은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계약 해지를 방어하는 일명 'SAVE팀'에서 일했다.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라 업무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전북민노총과 유가족에 따르면 A양은 근무한 지 한 달가량이 지났을 무렵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평소 화를 내지 않던 성격의 A양은 부모에게 별것 아닌 일에 짜증을 내며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회사의 상사들이 실적을 강요하고 야근이 잦다는 말도 종종 부모에게 건넸다.
미성년자인 A양은 하루 최장 8시간 근무할 수 있지만, 오후 6시를 넘겨 퇴근하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A양은 아버지에게 "아빠 나 오늘도 콜 수 못 채웠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양은 콜센터에서 사원에게 할당한 고객 응대 횟수인 '콜 수'를 채워야 퇴근할 수 있었다.
콜은 사원 개개인의 근무성적을 나타내는 지표이자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다.
그의 스트레스를 가늠하지 못했던 부모는 A양에게 "사회생활이 원래 어려운 거다. 슬기롭게 견뎌내라"고 조언을 했다.
근무한 지 5개월가량 지났을 무렵, A양은 지난 1월 20일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가까스로 경찰에 구조돼 병원에 옮겨진 A양은 부모에게 "나 회사 그만두면 안 돼?"라고 울며 말했다.
그로부터 3일 뒤, A양은 싸늘한 시신이 되어 전주의 한 저수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처 꽃피우지 못한 청춘은 차디찬 수면 아래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콜센터 측은 전북민노총과 유가족의 사과 요구에도 업무 강도와 A양의 죽음 사이 인과관계가 적다고 해명했다.
콜센터 관계자는 "A양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자체 조사 결과 A양은 동료와 원만한 사이를 유지했고 명랑하게 지냈다"며 ""팀 막내로서 상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내에서 A양에게 실적을 강요하지도, 업무 압박을 넣지도 않았다"며 "A양 죽음의 원인이 사측에 있다고만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전북민노총은 콜센터 건물 앞에 A양을 위한 추모공간을 만들고 오는 17일 추모 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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