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신호등 안 윤곽은 왜 남성만?…호주서 여성 등장 시험 실시

입력 2017-03-07 14:57  

보행신호등 안 윤곽은 왜 남성만?…호주서 여성 등장 시험 실시

"상징성에 그쳐 돈 낭비" vs "남녀평등에 긍정적" 양론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횡단보도 앞에서 행인들에게 멈춰 서라거나 길을 건너라는 보행 신호등 안에는 왜 항상 남자 모습만 있을까?

신호등 안 남성 모습이 사실상 국제규격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세계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7일 호주 멜버른에서 이를 바꿔보려는 시험이 실시됐다.

호주 빅토리아주 주도인 멜버른 당국이 남녀평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여성의 윤곽이 들어간 보행 신호등을 번화가 사거리에 시범적으로 설치했다고 호주 언론이 보도했다.






멜버른 당국은 이날 중심상업지구(CBD) 중에서도 가장 번화가인 플린더스 스트리트와 스완스톤 스트리트가 만나는 사거리의 10개 보행 신호등 안 윤곽을 남성 모습에서 여성 모습으로 바꿨으며 이를 12개월 동안 유지하기로 했다.

시범 시행에 앞선 논의 과정에서는 상징적인 조치에 돈만 낭비할 것이라는 쪽과 실질적이며 긍정적인 방법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갈렸다.

이번 작업을 위해 자금을 지원한 멜버른위원회 측은 남성 모양의 신호등만을 갖는 것은 여성을 차별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단체에는 지역 내 사업자 모임 등 각종 단체 120개가 참여하고 있다.

위원회 측은 장기적으로 빅토리아주의 도로안전법을 바꿔 모든 보행 신호등 안에 남성과 여성 윤곽이 동등하게 들어가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원회의 마틴 레츠 위원장은 "무의식적인 편견이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매일매일의 결정과 태도에 영향을 준다"며 "남성과 여성이 모든 횡단보도에 고루 설치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빅토리아주의 피오나 리처드슨 여성부 장관도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데는 소소해 보이지만 상징성에서 중요한 방식들이 있다"며 "공동의 공간에 여성을 더 포함하는 것은 훌륭한 방법"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편견이 섞인 어떤 종류의 표현도 쓰지 말자는 사회적 운동이 잘못 돼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자유시장을 옹호하는 싱크탱크 공공문제연구소(IPA)의 에반 멀홀랜드도 "차라리 교통혼잡 문제 해결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며 돈을 쓰는 데는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교통 신호등을 본 행인들도 "좋은 접근법"이라거나 "불필요하고 돈만 든다"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고 채널7 뉴스는 전했다.

지난해 세계여성의 날에 맞춰 스페인 발렌시아에서도 이와 유사한 조치가 시행돼 약 20개 주요 도로에 여성 윤곽이 있는 보행 신호등이 설치됐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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