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사 귀국 두달…한일 소녀상은 갈등, 北도발엔 협력

입력 2017-03-08 04:30   수정 2017-03-08 05:15

日대사 귀국 두달…한일 소녀상은 갈등, 北도발엔 협력

소녀상·독도망언 등으로 극도 경색…北미사일 위협은 공조

"관계개선 실마리 있다" vs "대일 외교 점차 어려워져"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부산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등으로 촉발된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어느덧 만 두 달을 채웠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6일 부산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주한 일본대사와 부산 총영사의 일시 귀국 조치를 발표했다. 아울러 양국 간 진행 중이던 한일통화스와프 협상을 중단하고 한일 고위급 경제협의도 연기했다.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 주재 일본 총영사는 그로부터 사흘 후인 1월 9일 귀국길에 올랐고, 8일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이후 한일관계는 일본 각료들의 잇단 독도 망언, 독도 소녀상 설치 추진, 시마네현의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 등으로 악재의 터널을 지나왔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양국이 신속한 공조 체제를 과시하면서 조만간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 소녀상·독도망언·동해표기 신경전…끝없는 악재

당초 우리 정부나 일본 언론은 나가미네 대사의 일시 귀국 기간이 길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태평양 연안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1월 17일 이후 귀임이 이뤄져 열흘 안팎의 일시적 '부재'로 상황이 일단락되리란 관측이 우세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2012년)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둘러싼 양국간 갈등 심화(2005년)로 각각 본국으로 돌아갔던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대사와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대사가 12일만에 귀임했던 점도 당시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에서 양쪽에서 감정의 골을 깊게 하는 사안이 번갈아 터져 나오면서 양국 관계는 마치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이전으로 돌아가 버린 듯한 모습을 보였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잇단 독도 망언, 독도 소녀상 건립 추진, 일본 쓰시마(對馬) 사찰에서 도난당한 뒤 한국에 반입된 불상에 대한 한국 법원의 부석사 인도 판결, '제12회 다케시마의 날' 행사 개최 및 차관급 정부인사 파견,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독도 일본땅' 명기 , 동해 표기 홍보 동영상을 둘러싼 신경전 등 외교적 악재가 지뢰밭처럼 이어졌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외교 사령탑 부재 상황에, 일본 아베 정권이 한일 갈등을 국내 지지율 제고에 활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관계 개선의 해법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우리 외교부가 여론의 비판을 감수해가며 부산 소녀상을 이전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지자체에 보내기도 했지만, 일본은 소녀상 철거 여부를 보고 주한대사 귀임 시기를 판단하겠다는 고자세를 지속했다.

한일관계가 갈등을 유발하는 사안이 발생했을 때 대국적 협력을 위해 양측이 공방을 자제하기보다, 사안마다 강하게 맞받아치는 '팃 포 탯'(tit for tat)식 악순환의 고리로 빨려 들어간다는 비관적 평가도 나왔다.



◇ 北 도발, 한일 관계개선 계기 될까

하지만 한일 양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놓고서는 기꺼이 이마를 맞대는 모습이다.

지난달 17일 독일 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양국 외교장관 회담이 진행됐고, 2월12일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발사 등에 따른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및 통화도 잇따라 이뤄졌다.

물론 이들 접촉에서 전격적인 관계 개선의 계기가 마련된 것은 아니고 때로는 오히려 평행선을 확인하는 것에 그쳤지만, 접촉을 이어간다는 측면과 함께 북한·북핵 위협에 있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4발 발사는 한일간 대북 공조 체제의 건재함과 필요성을 동시에 보여준 계기가 됐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외무상의 통화(6일)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상의 통화(7일)에서 모처럼 적극적으로 '소통', '공조'에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보다 한미일 동맹 구도에 덜 적극적일 것으로 예상돼오던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북핵 대응 및 중국 견제와 관련해 점차 3국 공조 체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일 연쇄 통화에 화음을 넣듯 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아베 총리와 잇달아 통화하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극우·보수화로 치닫는 일본의 군국주의 행보와 탄핵 정국 막바지를 향해가는 국내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교착 상황이 전환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많다.

아울러 오사카(大阪) 초등학교의 국유지 헐값매각 파문이 정권 차원의 스캔들로 확대됨에 따라 아베 정권이 여론의 지지를 받은 대사 소환 등 대 한국 강경 공세를 접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실질적 차원이 되면서 한미일 안보 협력이 강화하고 그것이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도 미사일이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진 데 당황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이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거듭 한미일 안보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측면은 한일 협력을 추동하는 주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반면 "그동안 과거사 문제가 중점이 되거나 안보·경제 이슈가 중점이 되거나 국면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모두 합쳐져서 어느 하나라도 양국의 이해관계가 대립되면 한일관계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며 "점점 대일 외교가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다"고 다소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주한 일본대사 귀임이 계속 지연될 경우 일본이 소녀상, 독도 등의 문제에서는 고자세를 유지하면서도 일본열도를 위협하는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손을 내미는 양면적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한 비판적 국내여론이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hapy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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