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중식업연합회, 논산 육군훈련소서 짜장면 3천 그릇 봉사
(논산=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검은색 춘장이 입으로 들어가자 탄성이 쏟아졌다.
입가에 묻은 춘장과 훈련 중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이 굳으면서 만들어 낸 짭짤한 맛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환상의 맛이다.
입소 한 달 만에 맛본 '사제 짜장면'은 훈련으로 지친 훈련병의 마음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7일 오후 5시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내 병영식당. 각개전투 등 오후 훈련을 마친 훈련병 3천여명이 식당으로 들어섰다.
이날 저녁 식단은 짜장면. 취사병이 만든 '짬밥'이 아닌 수십년 간 중국집을 운영해온 업자들이 직접 만든 특식이다.
짜장면 한 그릇을 받아든 훈련병 입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세상을 다 얻은 표정이었다.
너나 할 거 없이 검은색 춘장을 비비고, 간이 아직 덜 밴 면발이 입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2∼3분 만에 짜장면 곱빼기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도 배가 고파서 공깃밥을 비벼 먹었다
입소한 지 3주차에 들어간 이찬(22) 훈련병은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짜장면은 처음"이라며 "입대할 때도 훈련소 앞에서 짜장면을 먹었는데, 그때와 비교를 할 수 없다. 오늘 짜장면 시식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훈련병에게 제공된 짜장면은 서울 강동구 중식업연합회 회원이 참여한 봉사단이 육군훈련소 훈련병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것이다
회원 46명이 이날 오전 8시에 서울에서 출발, 오후 1시부터 꼬박 4시간을 준비해 만들었다.
3천여명이 배불리 먹을 짜장면을 만들기 위해 재룟값만 500만원이 들었다. 재료를 옮기는 데는 1t 화물차가 2차례가 동원됐다.
주 재료를 아낌없이 쓰다 보니 밀가루 20kg짜리 35포, 양파가 50망, 양배추가 20망이 들어갔다.
봉사단원인 박진수씨는 "33년 전 이 훈련소에서 복무했는데, 당시 훈련을 받으면서 짜장면을 먹고 싶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오늘 후배들이 멋진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짜장면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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