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미술관서 '예술만큼 추한' 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좀 징그럽네요." "뭘 그린 걸까."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미술관 3층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이 웅성댔다. 이들의 눈길을 붙잡은 것은 이근민 작가의 유화 '매터 클라우드'. 정체를 알 수 없는 큼지막한 검붉은 덩어리들로 가득 찬 그림으로, 짐승의 부패한 살점이나 내장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서울대미술관이 이날 새해 첫 전시 '예술만큼 추한'을 시작했다. 아름다움에 대비되는 '추'의 세계를 보여주는 회화, 조각, 영화 등 작가 13명의 작품 50여 점이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전시됐다. 전시를 총괄한 정신영 연구부교수의 말처럼 "예술과 왠지 어울리지 않는 추함"이 미술관을 채웠다는 점에서 일단 흥미롭다.
이번 전시에는 인간 신체를 대상으로 한 작품들이 많다.
붓이 아닌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한 오치균 작가의 회화 '인물'(1989)은 비참함이 들 정도로 뭉개지고 일그러진 얼굴을 보여준다. 1980년대 미국 뉴욕에 유학을 간 직후 그린 그림들이다. 뒤틀린 몸에 입이나 입술, 혀가 기묘하게 매달린 최영빈 작가의 그림들은 프란시스코 고야의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이상으로 기괴한 느낌을 준다. 프랑스계 작가 올리비에 드 사가장은 영상 작업 '변형'(2011)에서 자신의 몸에 붉은 물감을 바르거나, 입에 나뭇가지를 꽂아 넣는 등의 행위를 한다.
정영목 서울대 미술관 관장은 "여기 모인 작품들은 낯설고 불편할 것이고, 더 들여다보면 오히려 더 메스껍거나 혐오스러울 것"이라면서 "그 불편함과 혐오를 관람객들이 느껴보는 것 자체가 이번 기획전 콘셉트"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우리 시각에 익숙한 것들이 아니라서 당장은 거부감이 들지 몰라도 이러한 '추한' 작품들을 들여다봄으로써 미와 추를 구분하는 우리의 시각이 과연 절대적으로 옳은 것인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아무도 너를 보려고 하지 않는데 누가 너를 그리려 하겠는가." 전시 도록에 실린 정신영 연구부교수의 말이다.
전시는 5월 14일까지. 문의는 ☎ 02-880-9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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