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긴장 고조되는 말레이 北대사관…경찰과 한때 일촉즉발 대치

입력 2017-03-07 20:11  

<르포> 긴장 고조되는 말레이 北대사관…경찰과 한때 일촉즉발 대치

말레이 경찰, 北대사관 앞 상시 대기…진출입 현황 감시

'선장' 없는 北대사관, 본국 지침 받은 듯 분주한 대응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북한이 자국 내 말레이시아인을 억류하고,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 국적자를 출국금지하는 맞불조치를 취한 6일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 주변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정오께 말레이시아 경찰은 쿠알라룸푸르의 고급 주택가 부킷 다만사라에 있는 북한대사관 정문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출입을 사실상 봉쇄했다.

경찰은 북한대사관 직원과 관계자들이 폴리스라인을 무시한 채 밀고 나오는상황까지 고려한 듯 주변 양쪽 도로를 순찰차 5대와 오토바이를 동원해 차단하기도 했다.

실제, 경찰의 봉쇄조치가 이뤄진 직후 북한대사관에서는 한 남성 직원이 대사관 차량을 몰고 나오려다 경찰의 제지에 막혀 관저 안으로 돌려 보내졌다.

날선 대치는 정문을 박차고 나온 북한대사관 관계자가 "무슨 이유와 근거로 관저를 봉쇄했냐"고 따지며 1시간 이상 지속했다.

결국 말레이시아 경찰이 항의를 일부 수용해 폴리스라인을 철거하고 주변 도로 봉쇄를 풀었다.

그러나 정문 옆에 순찰차 한 대를 상시 대기시켜 북한대사관 직원 및 차량의 진출입 현황을 감시하고 있다.

북한대사관은 현재 모든 창문에 두꺼운 커튼을 치는 등 외부와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한 상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긴박한 움직임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3일 김정남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암살된 이후 대외 활동을전담하다시피 해 온 김유성 북한대사관 영사부장 겸 참사는 이날 직원 두 명과 서류봉투를 들고 외출했다가 약 2시간 만에 복귀했다.

말레이시아 외교부와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협의 또는 항의했을 가능성을 추정케 하는 움직임이다.

그는 오후 6시 18분에도 재차 차를 타고 관저를 빠져나갔다.

원래 직원들을 지휘해야 했을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가 '외교적 기피인물'로 규정돼 전날 오후 추방된 상황에서도 본국 정부의 지침을 받은 듯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국내에서는 자국민 11명을 억류한 북측의 조치에 대한 분노가 갈수록 고조되는 분위기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 내 말레이시아인들의안전을 확신할 때까지 말레이시아 내 모든 북한인의 출국을 막으라고 경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10일로 예정된 각료회의에서는 북한과의 외교관계 단절과 교역중단 여부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사라왁주(州) 정부도 건설·철강·광산 등 현장에서 일하던 북한 노동자 170여 명의 신병 처리와 관련해 연방정부에 지침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30대 현지인 남성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김정남 사건 때문에 지금도 말레이시아에선 북한을 좋게 보지 않는데 반북 감정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간 비자면제협정 파기와 북한대사 추방, 북한의 자국 내 말레이시아인 억류와 말레이시아의 맞불대응 등 조치가 잇따르며 상황이 점점 급하고며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사실상 '인질'이 된 북한내 말레이시아인의 불안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평양 현지에 거주하는 한 말레이시아인 여성은 국영 베르나마 통신과의 통화에서 "출국 금지와 관련해서 어떤 뉴스도 전해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북한 당국의 보복을 우려한 듯 신원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현재 북한엔 외교부 직원 3명과 그 가족 6명, 세계식량계획(WFP)에서 일하는 2명 등 모두 11명의 말레이시아인이 체류하고 있다고 말레이시아 언론은 전했다.

평양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은 비밀서류를 불태우고 언제든 귀국할 수 있도록 차량에 짐을 싣는 등 비상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긴박한 상황은 강 대사의 추방과 북한대표단을 이끌던 리동일 전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출국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벌어졌다.

북한은 말레이시아에 고위급 대표단까지 보내고도 별다른 성과가 없자 자국내 말레이시아인 11명을 억류하는 벼랑끝 전술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는 자국 내 북한 국적자 1천여명 전원을 출국금지하는 초강수로 정면대응하고 있다. 현지 외교가에선 양국의 외교관계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됐다며 단교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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