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바닷모래 채취계획 수립 후 3년마다 대립 되풀이
4대강 사업 이후 강모래 부족하자 바닷모래 채취량 늘려
[※ 편집자 주 = 남해 배타적 경제 수역(EEZ) 내 바닷모래 채취를 둘러싼 수산업계와 건설업계의 갈등이 장기간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수산업계는 어자원 고갈을 우려하며 해상시위를 벌이고, 건설업계는 골재 수급 차질을 걱정하며 레미콘생산을 중단하는 등 첨예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골재채취 문제를 둘러싼 갈등원인과 당사자들의 입장, 전문가 의견 등을 3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 바닷모래 채취를 둘러싼 수산업계와 건설업계의 갈등은 1999년 정부가 바닷모래 채취계획을 세운 이후 3년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2001년 부산 신항 건설공사 때 모래가 부족하자 정부는 경남 통영 욕지도 남쪽 50㎞ 공해 상에서 바닷모래 채취를 허가했다.
당시 필요한 모래량이 9천만㎥이었다.
하지만 당시 욕지도 남쪽 공해 상에서 채취할 수 있었던 모래량은 2천420만㎥에 불과했다.
결국 정부는 2004년 골재채취법 개정을 추진했고, 2008년 경남 통영 동남쪽에서 70㎞ 떨어진 105 해구에서 골재채취를 허용했다.
애초 2012년까지 총 3천520만㎥를 채취할 예정이었으나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정부가 모래 채취 허가를 연장하면서 지난해 말까지 채취량은 6천236만㎥로 늘어났다.
국책사업에만 사용하겠다던 방침도 바뀌어 남해 모래는 민간용으로 확대됐다.
부산·울산·경남지역 건설현장에 사용되는 골재 대부분은 남해 배타적 경제 수역에서 채취된 것이다.
서해에서도 군산에서 서남쪽으로 90㎞ 떨어진 173 해구에서 2011년 8월부터 모래 채취가 허가됐다.
허가 연장으로 지난해 말까지 채취된 모래량이 총 4천259만㎥에 달했다.
바닷모래 채취 허가 이유는 국토교통부의 2016년 골재수급계획에 잘 나타나 있다.
4대강 사업으로 모래 채취가 제한되고 준설토도 소진돼 국지적으로 골재 수급 불안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강모래가 부족하자 바닷모래 채취량을 늘린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바닷모래 채취를 다시 한 차례 연장하려 하자 수산업계가 전면중단을 외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임시로 기한을 연장했는데 이미 올해 1월 허가된 양을 모두 채취해 한때 모래 채취가 중단됐다.
바닷모래 채취가 한 달간 중단되자 부산·경남지역 레미콘업계는 일시적으로 공장을 멈춰 세웠다.
지난달 11일부터 나흘간 공장을 세운 레미콘업체만 50곳에 달한다.
이 때문에 건설현장에서는 타설 작업이 중단되는 등 공사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레미콘업체들은 서해에서 모래를 가져와 생산을 재개했다. 하지만 수급 차질이 빚어지면 공장 가동을 다시 멈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해 정부는 지난 1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남해 바닷모래 650만㎥를 추가로 채취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어민들은 이런 정부의 조치에 즉각 반발해 오는 15일 전국에서 어선 4만 척이 참여하는 대규모 해상시위에 나서기로 했다.
어민들에 이어 정치권까지 나서 바닷모래 채취에 반대하자 해양수산부는 최근 'EEZ 골재채취 제도개선 전담팀'을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지난 7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어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남해 배타적 경제 수역에서의 골재채취에 따른 피해 영향 용역 조사, 골재채취 전반에 대한 제도개선 방안 용역을 올해 안에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 경제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남해 바닷모래 채취를 완전히 중단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어민들의 반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p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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