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희 감독에게 '수지 메달' 걸어 준 김수지

입력 2017-03-08 09:40  

박미희 감독에게 '수지 메달' 걸어 준 김수지

흥국생명 김수지, 만년 조역에서 우승 주역으로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흥국생명의 베테랑 센터 김수지(30)는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된 뒤 '수지 메달'을 박미희 감독의 목에 걸어줬다.

그때까지 애써 눈물을 참았던 박 감독도 그 순간만은 흐르는 눈물을 막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 홈 경기에서 3-0 완승을 하고 9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다.

6개 구단 중 가장 어린 팀인 흥국생명은 올 시즌 연패가 2연패, 단 한 번뿐일 정도로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며 최정상에 우뚝 섰다.

경기 내외적으로 '맏언니'의 역할을 잘해준 김수지의 활약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성취다.

김수지는 팀의 최고참으로 올 시즌 가장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속공 1위, 이동공격 3위, 블로킹 4위 등에 오르며 흥국생명의 정상 등극에 힘을 보탰다.

김수지의 역할은 단순히 기록적인 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평균 나이 23세의 어린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팀을 유기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역할도 김수지의 몫이다.

흥국생명은 경기 승리 후 선수들끼리 수훈 선수를 정해 이른바 '수지 메달'을 걸어준다.

김수지가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낸 아이디어였다.

현대건설에서 정대영(도로공사), 양효진(현대건설)에게 가려 '만년 조연'이었던 김수지는 박 감독이 부임하던 2014-2015시즌에 팀을 옮겼다.

어린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분위기를 많이 타던 팀은 베테랑 김수지의 합류 이후 안정된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는 "사실 나부터 기복 없는 경기력을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다"며 "그래야 어린 선수들이 나를 따라올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김수지는 '만년 2인자로 그동안 설움을 느끼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현대건설에 있을 때는 양효진이라는 좋은 센터가 있었지만 나와는 스타일이 다르다"며 "효진이가 못하는 이동공격에서 내가 나은 점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박 감독과 함께 흥국생명에서 새롭게 시작한 김수지는 함께 팀의 정상 등극을 이끌었다.

"우승한 뒤 박미희 감독께 (수지) 메달을 걸어 드리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김수지는 이날 박 감독에게 메달을 걸어주고 뜨겁게 포옹했다.

그는 "걸어 드리는 순간 찡한 느낌이 들었다"며 "통합 우승까지 차지해서 그때도 메달을 걸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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