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림막없는 화장실·통화내용 기록…인권위 "軍영창 개선하라"

입력 2017-03-08 10:00  

가림막없는 화장실·통화내용 기록…인권위 "軍영창 개선하라"

예산 없어 화장실 배관 수리 안해…"오늘 처음 용변 봤다" 사생활 발언도 기록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가림막 없는 화장실 등 사생활을 보호하고 있지 못한 군 영창 운영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군 영창 시설환경 개선과 수용자 기본권 보호를 위해 지난해 6∼7월 육·해·공군과 해병 등 9개 부대를 방문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국방부 장관에게 수용자 인권보호를 위해 군 영창 운영 관행을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고 7일 밝혔다.

인권위는 방문한 군 영창 내부 화장실에 가림막이 없어 신체가 노출되는가 하면 거실도 폐쇄회로(CC)TV로 감시받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수용자들이 흔히 '얼차려'로 불리는 팔굽혀펴기 등 강제적 체력단련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도 지적됐다.

반면 수용자들이 제대로 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설이나 기구는 대부분 갖추지 못했다.

시설도 열악해 화장실 배관이 막혔는데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장기간 수리하지 않아 악취가 나는 곳도 있었다. 세면과 샤워, 빨래, 식기세척을 같은 공간에서 시행하는 등 위생상태도 취약했다. 천장에는 곰팡이가 핀 곳도 있었다.




면회나 전화통화 등 내용을 모두 기록하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가족과 통화하면서 "오늘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용변을 봤다"는 등 내밀한 사생활 관련 발언까지 모두 기록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작성자는 물론 관리자들도 "왜 이런 내용을 알아야 하며 기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영창에 입창하는 기준도 부대마다 달랐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를 부대에 반입한 병사에 대해 조사대상 한 해군함대는 적발된 3명 모두 입창시켰으나 육군 A사단은 11명 중 7명을, 육군 B사단은 47명 중 10명만 영창행 처분을 받았다.

한 육군 사단은 동기 병사에게 지속해서 욕설하고 성추행한 병사를 입창 조치 없이 휴가제한 2일로 사건을 종결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2007년·2008년·2011년·2013년 총 4회 방문조사를 벌이고 국방부에 시설환경 개선과 수용자 기본권 보호 방안 등을 권고했으나 여전히 군 영창 관련 진정이 접수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 미결수용자 접견 및 전화통화를 청취·기록·녹음·녹화하는 경우 사생활 침해가 없도록 업무 관행 개선 ▲ 수용자에 대한 과도한 제한 규정 삭제 ▲ 수용자 의사를 고려한 교정교화 프로그램 추진 ▲ 영창 정기점검 시 위생, 종교의 자유, 진료권, 운동시설 등 포함 ▲ 헌병대 근무자에 대한 인권교육 및 직무교육 강화 ▲ 영창 처분의 공정성 및 인권담당 군법무관의 독립성 강화 방안 마련 등을 권고했다.




comm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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