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산의 1세대 화가로 독자적인 화풍과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고 김종식 화가의 집이 30년 가까이 방치돼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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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김 화가는 부산 근대 화가 중 거의 유일하게 자신만의 아틀리에(작업실)에서 작업하며 많은 명작을 남겼고 지역 화가들과의 교류의 장으로 활용했다.
김 화가의 집은 부산 중구 대청동 남성여고 아래에 있는 2층 슬래브 주택이다.
1918년 부산 장전동에서 태어난 그는 일제 강점기 일본 도쿄의 제국미술학교(현 무사시노예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1942년 귀국한 부산 1세대 화가다.
1953년 부산역 대화재 때 집과 화실이 불에 타 작품 상당수가 사라졌지만 같은 자리에 일본식 집을 짓고 1980년대 부산진구 연지동으로 집을 옮기기 전까지 그는 이곳에서 줄곧 작품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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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이 내려다보이는 아틀리에에서 김 화가의 대표작인 부산항 연작을 비롯한 대부분의 작품이 탄생했고 지역 화가 모임인 토벽회의 아지트이기도 했다.
그가 하늘로 떠난 1988년 이후 가족과 지인이 이 집을 기념관으로 꾸렸지만 얼마 안 돼 유족이 대부분의 작품을 연지동 집으로 옮겼다.
김 화가의 대청동 집은 부산 근대화가 중 작업실이 온전히 남아있는 거의 유일한 장소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게 미술계의 평가다.
김 화가의 둘째 아들이 집을 상속받아 관리해왔으나 비용이 많이 들어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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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택은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가 됐다.
2014년 5월에는 건물 외벽 타일이 떨어져 중구청이 안전조치에 나서는 등 30년 가까이 방치돼 건물 노후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구청은 한때 김 화가의 집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예산 문제로 보류한 상태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은 "중구 청자빌딩이나 한국은행 건물처럼 부산시가 김종식 화가의 집을 매입해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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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 김영순 관장은 8일 "김종식 화가는 뛰어난 작품성에도 근현대 미술사에서 누락된 안타까운 예술가"라며 "그의 작업공간은 당대 장옥진, 이중섭 등 피란 시절 부산에 온 화가들의 교류장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내년 김종식 화가 100주년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다.
신옥진 부산공간화랑 대표는 "방치된 김 화가의 집과 아틀리에에는 부산에서만 활동한 김 화가가 근대 미술 주류와는 다른 독창성과 자기만의 근대 미술 세계를 구축한 흔적이 오롯이 담겨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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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식 화가를 연구해온 옥영식 평론가는 "김 화가는 작품성만큼이나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했는데 오히려 그 점 때문에 미술계에 알려지지 않고 잊혀졌다"라며 "내년 탄생 100주년을 맞아 김종식 화가의 작품과 그의 집도 재조명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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