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흡연규제대책, 집권자민당 '담배의원연맹' 반발로 일단 제동

입력 2017-03-08 11:42  

일 흡연규제대책, 집권자민당 '담배의원연맹' 반발로 일단 제동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정부가 2020년 도쿄(東京) 올림픽을 앞두고 친(親)흡연 이미지를 벗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음식점내 금연 등 간접흡연대책이 여당인 자민당내 '담배의원연맹'의 강력한 반대로 난관에 부닥쳤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담배 없는 올림픽'을 실현하기로 뜻을 모으고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이후부터는 올림픽 개최지에서 학교, 관공서, 음식점 등에서의 실내 금연을 의무화했다. 일본은 WHO가 간접흡연대책이 "세계 최저수준"인 나라로 평가했을 만큼 흡연에 관대한 "흡연자의 천국"으로 불린다.

후생노동성이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이런 '악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올부터 음식점 내부에서의 흡연금지와 흡연실을 제외한 음식점·공항·역·대학교·관공서에서의 실내흡연을 금지하는 건강증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내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후생노동성은 음식점 측이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지만, 그 이외의 장소에서 흡연이 발생하면 음식점 주인과 흡연자 모두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기관이나 초·중·고교에서는 실내뿐 아니라 실외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없게 하고 이들 지역에는 흡연실도 설치할 수 없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여당인 자민당 내 담배의원연맹(회장 노다 다케시 전 당 세제조사회장)이 7일 음식점 측이 금연, 분연(分煙), 흡연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되 표시를 의무화하자는 내용의 "대안'을 발표했다.

이는 음식점의 경우 테이블 일부를 흡연석으로 정하는 방식의 '분연(分煙)'이 일반적인 현재의 상태를 용인하는 내용이어서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금연, 분연, 흡연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표시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담배산업 발전과 판매사업자의 생활 지킴이를 자처하는 자민당 '담배의원연맹'은 중·참의원 약 280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막강한 모임이다. 7일 열린 임시총회에도 의원 100명 이상이 참가했다.

연맹은 "담배를 즐기는 것"과 "간접흡연을 싫어하는 것" 모두 국민의 권리라는 기본이념에 입각, 분연을 허용하고 초·중·고교와 병원에도 흡연시설 설치를 용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후생노동성은 실내 전면금연에 반발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흡연실을 설치하기 어려운 연면적 30㎡ 이하 소규모 점포 가운데 미성년이나 임신부들이 통상적으로 찾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카바레나 바 등 주로 술을 파는 점포는 규제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주류를 제공하는 이자카야나 꼬치구이 집, 어묵 집 등도 예외로 하는 양보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라면 가게나 레스토랑, 스시점 등은 미성년자들의 이용이 많으므로 예외에 넣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나머지 음식점은 원칙적으로 실내흡연을 금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담배의원연맹의 노다 회장은 "생계의 기반을 잃을지 모르는 관계자가 많은 만큼 후생노동성의 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킬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여당 간 의견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10일로 예정했던 건강증진법 개정안의 각의 결정은 일단 좌절됐다.

후생노동성은 담배의원연맹이 내놓은 대안은 "간접흡연대책으로 충분치 않다"고 반박했다. "어린이와 암, 천식 환자를 비롯, 국민의 80%가 넘는 비흡연자의 건강을 흡연의 자유보다 뒷전으로 돌려서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차기 총리 후보의 한 명으로 지금도 하루 25개비를 피우는 애연가인 이시바 시게루 전 지방창생담당장관은 흡연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건 너무 일방적이라면서 우선 음식점 내의 분연이 철저히 시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특집으로 다룬 NHK는 자민당내 담배의원연맹의 반대여론 등을 고려할 때 6월 18일 까지인 이번 국회 회기 내에 후생노동성이 건강증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도쿄도(東京都)가 작년 10월과 11월 두 달에 걸쳐 18세 이상 남녀 3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흡연 관련 여론조사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간접흡연대책'에 대해 음식점 등의 실내 원칙적 금연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40%, 흡연실을 설치하는 조건으로 실내 금연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33%, 흡연실은 천장에서부터 바닥까지 차단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22%로 나타났다. 간접흡연대책이 필요 없다는 의견은 4%에 그쳤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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