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행보에 "'순교'란 의미 파악하면 알 수 있을 것"…대선 출마 "두고두고 생각"
"양분된 국민연결, 새 정치질서 확립이 초미 과제"…신당 창당 묻자 "두고보라"
민주당에는 "국민 약속 이행에 적극적 자세 안 보이면 국민에게 외면"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김동호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는 8일 '대세론을 구가하는 문재인 전 대표가 무난하게 당선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스스로 대세론을 얘기하는데 더이상 거기에 할말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보좌관을 통해 탈당계를 제출한 뒤 10시30분쯤 의원회관 사무실에 도착,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과 차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문 전 대표에게 할 말이 없느냐고 하자 "내가 뭐 할 얘기가 있겠느냐. 그 사람, 대선 준비하느라 바쁜 사람인데 뭐라 얘기하는 것도…"라며 "내가 할 일 하면 되는 것이지, 남에 대해 뭐라고 얘기할게 하나도 없다"고만 했다.
문 전 대표로부터 연락이 왔었냐는 질문에는 "아뇨, 아뇨, 아뇨"라며 "그런 연락 받은 것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양분된 국민을 어떻게 연결해 새로운 정치질서를 확립하느냐가 시급한 초미의 과제"라며 향후 행보에 대해 "일전에 말한 '순교'의 의미를 파악하면 내가 뭘 하려고 하는 건지 대략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선 "앞으로 두고두고 생각해본다고 그러지 않았느냐"며 여전히 '안개화법'으로 응수하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에서 '함께 하자'며 러브콜을 보낸데 대해선 "내가 무슨 당에 가거나 그러진 않을테니 질문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고 일축했다. 신당을 만들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웃으며 "그건 두고 보세요"라고 여지를 열었다.
김 전 대표는 당에 대한 당부를 묻자 "당이라는 게 국민을 대상으로 노력을 열심히 해야하는데, 4·13 총선 때 국민에게 약속한데 대해 최소한도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런 점에 보다 당이 적극적으로 사고하고 적극적 자세를 안 보이면 또 국민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아침 일찍 조부인 가인 김병로 선생의 수유리 묘역을 참배하고 왔다는 그는 "당에 들어오기 전에도 그랬고 오늘은 당을 떠나는 날이니 얘기하고 온 것"이라며 기자들에게 "그동안 고마웠다. 자유로우니 이제 전화를 잘 받겠다"고 '인사'를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분이 어떠냐.
▲편안하다. 하루이틀 생각하고 낸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더이상 당에서 할 일이 별로 없다고 판단했다. 정치상황이 하도 유동적이고 지난 11월부터 탄핵정국을 치닫고 있었고, 2월 국회에서 개혁입법을 한다고 하니 그것도 기다려봤는데 결국 2월도 아무것 없이 무산돼 버렸다. 의원으로 있는다는것 의미 자체도 느껴지지 않는다.
--왜 하필 이 시기인가.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언제할지 모르지만, 내가 전망하기로는 정치가 소용돌이칠 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어떻게해야 우리나라 장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이라는 게 여러 제약요인이 있어 자유스럽게 행동하기도 힘들고 마음대로 표현 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정치, 특정정당에서 소속된 것에서 자유스러워지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이 탈당을 만류했다던데.
▲어제 전화 받았는데 일단 결심을 굳힌 상황에서 고맙다고만 했다.
--탈당의 변에서 '고난의 길'을 언급했다.
▲앞으로 전개될 수 있는 상황에 직접 부딪혀 움직일 것 같으면 고난을 각오하지 않으면 힘들 것이라고 본다.
--'뒤로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는데.
▲뒤로 처져서 은퇴생활 들어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를 하려고 할 것 같으면 고난은 따르기 마련이다.
--탄핵 인용과 기각의 '경우의 수'에 따라 정치상황을 어떻게 보느냐.
▲국민이 실질적으로 양분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이 그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양분된 국민을 어떻게 연결해 새로운 정치질서를 확립하느냐가 시급한 초미의 과제가 될 것이다. 탄핵심판이 결정난 후에야 나 나름대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역할을 생각하겠다.
인용이 안되면 상당한 정치상황의 변화가 올 것이라고 본다.
--안 지사를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민주당 경선이 모양을 갖추려면 안지사하고 문재인 씨하고 격렬한 모습을 보이는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당에 기반하지 않고도 활동할 방식이 있나.
▲나라 장래에 대해 직접적으로 정치만 해야지 기여하는건 아니니까…. 어떤 형태로든 발언을 통해 얘기할 수도 있고, 나름대로 살아온대로 사는 것이다.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 감을 갖고 살지 않으면 아무때나 어디 가서 뭘 할수가 없다. 세상의 변화, 정치경제 상황의 변화에 대한 생각을 한번도 떨쳐본적이 없이 살았기 때문에 단신으로 민주당에 와서 선거를 치를 수 있었던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총선 승리가 본인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거야 나는 관계치 않는다. 결과만 놓고 얘기를 하는 것이지.
--개헌을 중심으로 활동할 계획이냐.
▲줄기차게 얘기해온 것 아니냐. 냉정하게 우리 사회가 해결할 과제를 짚어보라면 가장 중요한 것이 정치혁신, 경제혁신이다.
정치혁신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개헌이다. 경제혁신은 대기업 위주로 이 모양으로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새로운 틀을 짜기 위해 그래서 경제민주화를 하자는 것이다. 이 두가지(개헌, 경제민주화)가 양립하지 않으면 사회혁신 자체도 할 수 없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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