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우즈훙 "중국인, 광적으로 남을 제압하기 즐긴다" 비판
"자기 중심기제하에서 피해망상에 시달리고 무력감, 불안감 느껴"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영아적 자기중심사고의 중국 국민성을 심리학적으로 설파한 신간 서적이 최근 중국에서 사실상 금서로 지정됐다.
8일 스디(濕地) 중국 등 매체에 따르면 중국 심리학자 우즈훙(武志紅)이 지난해 12월 출간한 '거영국'(巨영<玉변없는瓔>國·철부지 어른의 나라)이 최근 판매가 금지돼 각 서점 진열대에서 사라졌다.
이 책은 이미 각 도매서점이나 온라인 도서몰에서도 품절 표시가 나타났고 도서평론 칼럼이나 영상물도 삭제됐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서도 이 책이 법규 및 정책에 저촉돼 이미 판매가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중국인의 국민성과 사회문제 배경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이 책은 베이징대 심리학과를 나온 우즈훙이 21년간의 사색을 거쳐 5년 동안 집필해 저장(浙江)인민출판사에 의해 출판됐다.
작가는 "중국 대다수 성년은 심리적으로 어린아이, 즉 '철부지 어른'"이라며 "이들은 극도로 자기 중심적 심리 기제하에서 광적으로 남을 제압하기를 즐기며 피해 망상에 시달리고 무력감, 불안감 등의 보편적인 심리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책은 중국인의 특징적인 심리 문제를 가족간에 서로 목조르기를 하는 '공생 교살'(共生絞殺), 극도의 자기중심적 사고인 '전능 자련'(全能自戀), 피해망상의 사고 방식인 '편집분열' 세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중국인 대부분이 황제나 황후의 꿈을 갖고 무상의 권력을 갖기를 바라며 온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도록 해야 한다는 자기 중심적 사고 방식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일반가정의 가장이나 사업체 대표, 기관장들에게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책은 주장했다.
최근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반한 불매시위를 벌이고 있는 일부 중국인의 국수주의적 사고 방식과 맥이 닿는다.
책은 또 프로이드의 심리발달 이론(구강기-항문기-남근기-잠복기-생식기)을 빌어 중국인의 집단심리 연령이 1세 미만의 구강기를 넘기지 못했고, 심지어 6개월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심리연령이 6개월에 이르는 영아들에게선 통상 보살핌을 잘 받으면 만족감을 느끼고 세상이 자기 뜻대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지만 보살핌이 부족하면 철저하게 무력감에 빠져 분노를 폭발하며 자신과 세상을 해치려고 한다는 것이다.
중국 토론사이트 더우반(豆瓣), 즈후(知乎) 등에서는 최근 이 책을 더이상 살 수 없다는 소식이 열띤 화제가 됐다.
한 네티즌은 책의 내용에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시장의 역량을 중시해야지, 금지령을 내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노상 이렇다. 중국인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모두 금해진다. 책, 음악, 영화는 물론 언론매체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작가 랴오신충(廖信忠)은 웨이보에 "정치와 무관한 대중 심리학 서적을 왜 금서로 지정했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면서도 대만 작가 보양(柏楊)의 중국문화 비평서 '추악한 중국인'(丑陋的中國人)처럼 중국인의 당대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이어 현재 중국이 유학의 부흥, 민족주의 및 전통문화를 재정립해가고 있는 시기에 이와 반대되는 내용이어서 당국이 용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1인 체제를 강화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중국 공산당 창당 95주년 기념식에서 제창한 4개 자신감(노선, 이론, 제도, 문화) 중 하나로, 보다 광범위하고 두터운 기반이 되는 자신감으로 문화적 자신감을 꼽았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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