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 새국면 "北 핵·미사일도발 중단…한미군사훈련 멈춰야"
"美中 훌륭한 파트너 될 수 있어…정치 체제 차이 인정해야"
"남중국해 아주 안정…갈등 조장 좌시하지 않겠다"며 美 겨냥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진방 특파원 =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8일 한반도 안정을 위해 북한과 한국·미국이 긴장을 가속하는 행위를 멈추고 대화의 장에 나오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왕 부장은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도발에 대해 강력히 비난하는 동시에 한미 연합 군사훈련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한미 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는 중국의 입장을 명확히했다.
그는 6자 회담 재개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주장했다.
왕 부장은 이날 열린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생방송 기자회견에서 연합뉴스가 현재 한중 관계가 복잡하고 미묘한 가운데 올해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았는데 한중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느냐고 묻자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먼저 "올해는 한중 수교 25주년으로 매우 중요한 해"라며 "그동안 양국 국민의 노력으로 얻은 성과를 매우 소중히 생각하고 있고, 한국과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 국면을 지켜나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중 관계의 가장 큰 문제는 한미양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를 고집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사드에 대해 처음부터 결연히 반대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드의 관측 범위는 한반도를 훨씬 넘어서고, 중국의 전략 안보 이익을 침해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사드는 분명히 잘못된 선택이고, 이는 이웃 나라로서의 도리를 어긴 것이자 한국 안보를 더 위험하게 하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한국이 사드 배치 과정을 즉각 중단하고 잘못된 길에서 더 멀리 가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왕 부장은 한반도 문제를 언급할 때는 주먹을 쥐어보이는 등 더욱 강경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한반도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진단하면서,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과 한·미 양측이 서로를 향해 치닫는 형국에서 벗어나 모두 멈춰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반도 긴장관계가 격화하는 상황에서 전쟁 가능성이 있는지 또 전쟁을 어떻게 피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을 계속하고 있고, 미국과 한국은 군사훈련으로 북한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며 "양측은 서로를 향해 달리는 기차와 같이 양보하지 않고 있다. 정말 충돌할 준비를 마쳤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양측이 서로를 향해 치닫는 상황에서 '홍등'(빨간불)을 켜고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며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미국과 한국도 군사훈련을 멈춰야 한다"고 양측의 관계 개선 노력을 촉구했다.
왕 부장은 한반도 문제 해결책에 대해 "한반도 평화 체제를 마련하고, 이를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 측이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해서 서로 배려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대북제재도 결의 이행의 한 가지 수단이고, 협상을 촉진하는 것도 결의를 이행하는 수단"이라며 "중국이 북핵 문제를 협상 궤도로 되돌리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3국이 서로 협력하는 데 방해가 될 여러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한·중·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려면 먼저 좋은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답했다.
중국의 외교부장이 이처럼 양회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법 마련을 강조한 것은 최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과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시진핑 체제에 작지 않은 부담을 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왕 부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미·중 관계에 대해 "상호 존중하고 서로 충돌하려 하지 않는다면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면서 "양측은 상대방의 희생을 대가로 성공하려고 해서는 안 되며 정치 체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 부장은 "중국인들은 우리 자신의 사회주의 시스템에 대해 큰 자신감을 느끼고 있으며 더 좋은 미국을 건설하려는 미국의 노력도 환영한다"면서 "중국은 모든 나라가 평등하다고 믿고 있으며 우리는 일부 국가가 다른 나라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개입에 대해 경계감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남중국해가 지난해보다 다소 안정된 상태지만, 미국의 남중국해 군사행동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간 군사충돌에 대해 우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남중국해는 지난해보다 '다소' 안정된 것이 아니라 '아주' 안정된 상태"라며 "이는 중국과 동맹국 간 공동 노력의 결과이고, 이 지역과 세계의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선언'(DOC)이 전면적으로 실천되고 있고, 이행방안을 담은 행동수칙(COC) 초안을 작성하는 데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이런 시기에 누구라도 안정된 국면을 파괴하려 한다면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미국의 남중국해 군사행동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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