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투명성기구, 아태지역 대상 공공서비스 이용시 뇌물 제공 경험 조사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국제투명성기구(TI)가 아시아태평양지역 16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지난 1년 사이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때 뇌물제공 경험 여부를 조사한 결과 한국의 경우 다소 눈길을 끄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 응답자의 3%가 공공서비스 이용 시 뇌물을 준 경험이 있다고 대답해 호주(4%), 대만(6%)과 함께 낮은 축에 속한 가운데 일본(0.2%)에 비해선 15배, 홍콩(2%)에 비해서도 1.5배 높게 나왔다.
하지만 공립학교, 공립 병·의원, 행정기관 민원 부서, 수도·전기·가스 등 공익설비 기관, 경찰, 법원 등 6개 분야 기관별로 보면 한국은 법원 판사나 직원에게 뇌물이나 선물, 기타 이익을 제공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다른 5개 분야 기관보다 가장 많이 나와 최종 심판자 역할을 하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와 관련 우려를 자아낸다.
TI가 동그라미로 나타낸 표에 따르면, 다른 5개 분야 기관은 1~5% 범위에 있는 데 비해 법원은 그보다 한 단계 많은 6-15% 범주에 든다. 다른 나라들에선 대체로 경찰에 뇌물 등을 제공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6개국 전체를 보면, 경찰 30%, 행정기관과 법원 각 23%, 공립학교 22%, 공익설비 기관 20%, 공립 병·의원 18% 순이다.
공공서비스를 통틀어 인도는 69%가 뇌물제공 경험이 있다고 답해 16개국 중 1위를 차지했고, 이어 베트남 65, 태국 41, 미얀마, 캄보디아, 파키스탄 각 40% 등으로 높은 편에 속했다.
경찰, 의회, 중앙정부, 지방정부, 대통령·총리, 국세청, 기업 임원, 법원, 종교 지도자 등 9개 사회 권력집단의 부패 수준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도 16개국 전체로 보면, 경찰이 39%로 가장 높게 나왔다. 뇌물제공 경험에 대한 조사와 일치하는 것이다.
법원의 부패도는 25%로 9개 권력기관 중 종교 지도자 18%에 이어 2번째로 부패 수준이 낮은 것으로 인식됐다. 한국의 경우 뇌물제공 경험이 가장 많은 곳으로 법원이 경찰보다 더 많이 지목된 것이 특이함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의회, 중앙정부, 지방정부, 대통령·총리 등 정책 결정 기관들의 부패도는 거론 순서대로 모두 30%를 상회했다.
이 조사는 2015년 7월부터 지난 1월 사이에 아시아태평양지역 16개 나라별로 1천여 명씩 총 2만2천 명을 대상으로 면접이나 전화통화를 통해 실시됐다.
TI가 지난 1월 발표한 '2016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는 조사 기간이 지난해 9월까지 1년 사이였다. 따라서 한국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및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이었음에도 한국 응답자들의 국가 청렴도 인식이 100점 만점에 53점으로, 176개국 중 52위를 기록해 전년에 비해 15계단이나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었다.
아태지역만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부패 정도의 변화를 물어본 데 대해선 한국 응답자의 50%가 증가했다고 대답해 중국 73%, 인도네시아 65%, 말레이시아 59%, 베트남 56%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나머지 나라들은 46%(홍콩)에서 14%(태국)까지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때 뇌물제공 경험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은 축에 속하면서도 부패가 증가했다는 인식이 높게 나온 것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부패 인식 기준의 상향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속적인 반부패 사정 활동에도 부패가 증가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와 눈길을 끈다.
시민들에게 부패를 몰아낼 힘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호주 응답자의 80%가 긍정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고 한국은 66%로 중간을 차지했다.
부패 척결을 위한 효율적인 시민 행동에 관한 질문에 16개국 전체로 볼 때 '신고'와 '뇌물 요구 거부'가 각각 22%와 2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청렴한 후보와 정당에 대한 투표 6%, 라디오방송 프로그램에 전화 4%, 반부패 시민단체 가입이나 지원 3% 등의 순이었다. '일반 국민은 어쩔 도리가 없다'는 체념적 응답도 21%로 높게 나왔다.
응답자들은 '신고'를 가장 효율적인 반부패 행동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 뇌물을 준 경험이 있는 사람 중 당국에 신고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7%에 불과했다.
신고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신고 후 보복 등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36%로 가장 많게 나왔고, 15%는 신고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으며, 어디에 어떻게 신고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는 답도 13%에 이르렀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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