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기린은 왜 목이 길까?·마지막 의식

[신간] 기린은 왜 목이 길까?·마지막 의식

수요일에 하자·밀라노, 안개의 풍경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기린은 왜 목이 길까? = 옛 동독 지역 학교에서 30년 넘게 생물 과목을 가르친 잉에 로마르크는 생존경쟁과 자연도태 법칙을 철저히 신봉하는 다윈주의자다. 열등생은 격려 대상이 아니라 곧 도태될 낙오자라는 사실을 하루라도 빨리 깨닫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자기 딸이 학교에서 괴롭힘과 왕따를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고도 외면한다.

독일 통일 이후 로마르크의 학교에도 다윈의 법칙이 적용된다. 학생수 감소로 학교가 존폐 위기에 몰리자 로마르크 역시 교사직을 잃을 처지다. 다소 우습게 그려지는 로마르크의 가치관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독일의 젊은 작가 유디트 샬란스키(37)가 2011년 발표한 장편소설.

갈무리. 권상희 옮김. 360쪽. 1만6천원.

▲ 마지막 의식 = 2005년 10월 아이슬란드대학 역사학과 사무실에서 독일인 유학생 하랄트의 시신이 끔찍하게 훼손된 채 발견된다. 경찰은 사흘 만에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발표한다. 사건이 잊혀질 즈음 변호사 토라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아들의 죽음을 다시 조사해달라는 하랄트의 어머니였다.

아이슬란드 추리소설가 이르사 시구르다르도티르(54)의 '토라 시리즈' 첫 번째 작품. 전형적 범죄소설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하랄트의 인생 궤적을 되짚으며 중세 마녀사냥·흑마술 등 판타지 요소로 폭을 넓힌다.

황소자리. 박진희 옮김. 500쪽. 1만4천800원.

▲ 수요일에 하자 = 동학농민혁명을 그린 '나라 없는 나라'로 2015년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이광재(54)의 장편소설. 7080 라이브클럽에서 뭉친 중년 밴드 이야기다.

"직장인들에겐 수요일이 일주일의 고비 같은 날이거든. 월화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슬슬 지루하고 피곤해지기 시작하는데 주말까지는 좀 더 버텨야 하는. 그러니까 수요일엔 뭐든 하자 이거야."

다산책방. 280쪽. 1만3천원.






▲ 밀라노, 안개의 풍경 = 일본의 문학연구자이자 번역가·에세이스트인 스가 아쓰코(須賀敦子·1929∼1998)의 에세이.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 13년간 이탈리아 생활을 기록해 1990년 발표한 데뷔작이다. 후속작인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 '베네치아의 종소리'도 함께 번역·출간됐다.

저자는 1960년대 가톨릭 학생운동의 거점이었던 밀라노의 한 서점에서 국적을 넘어 기쁨과 슬픔을 공유할 동료들을 만난다. 남편인 페피노가 결혼 5년 만에 세상을 떠나고 서점도 당국의 탄압에 문을 닫지만, 밀라노 생활은 저자에게 평생 문학적 자양분이 됐다. 밀라노를 비롯해 베네치아·나폴리·페루자 등 이탈리아 곳곳을 돌아본 감회를 풀어냈다.

문학동네. 각권 228∼304쪽. 각 1만2천500∼1만3천500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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