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일주일 넘게 아무것도 못 하고 있습니다. 막막하지요…"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문어 금어기를 맞은 강원도 동해안 문어잡이 어민들 한숨이 크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일 동해안에서 가장 많은 문어 연승어선이 있는 최북단 대진항을 찾았다.
문어 연승어선 수십 척이 항구 한쪽에 줄지어 정박해 있었다.
찬바람이 부는 부두에는 어민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30여 분을 기다려서야 배를 둘러보러 나온 어민 몇 명을 겨우 만날 수 있었다.
금어기 시행에 대한 어민들 반응은 대부분 싸늘했다.
한 어민은 "월급쟁이들이 한 달 수입이 없다고 생각해 봐라. 공과금 등 고정적으로 돈이 나가야 할 곳은 많은데 수입이 없다면 그나마 들어왔던 적금을 해약하던가 아니면 다른 곳에서 돈을 빌리든가 하지 않겠는가. 지금 우리 형편이 꼭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어민은 "지금 시기에는 막노동 자리를 찾기도 힘들다"며 "그냥 손 놓고 놀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어민은 "행정기관에서는 가자미 낚시라도 하라고 하는데 바다에 고기도 없을 뿐 아니라 다른 어종의 고기를 잡으려면 거기에 맞는 그물과 낚시를 돈 들여 새로 준비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 일이겠냐"고 반문했다.
이 어민은 "올해 금어기는 이미 결정된 일이어서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특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어민들의 엄청난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처음으로 3월 한 달 강원도 동해안에서 문어 금어기가 시작된 이후 문어잡이 어선 출어가 금지되면서 어민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자원 고갈로 우리 식탁에서 사라져 버린 명태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산란기를 맞은 문어를 3월 한 달간 잡지 말자는 행정기관의 취지에 공감해 금어기 지정에 동참했으나 이렇다 할 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조업하지 못하는 어민들을 위해 강원도가 폐통발 수거작업을 벌이기로 하고 수거비를 지원하고 있으나 지원 규모가 적어 어민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문어 금어기를 앞두고 어민들은 공공근로 등 일자리 지원과 생계비 지원 등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진 곳은 거의 없다.
김철호 대진연승협회장은 "금어기를 맞은 어민들에 대한 행정기관의 지원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려했던 문어 값 상승도 현실화되고 있다.
금어기를 앞두고 지난달 중순부터 오르기 시작한 문어값은 살아있는 문어의 경우 지역에 따라 1㎏당 4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7일 선친 제사를 치른 김모(55·강릉시 교동) 씨는 "제사상에 올릴 2㎏짜리 문어를 시장에서 8만원을 주고 샀다"며 "문어 값이 명절 때와 비슷할 정도로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이는 금어기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초의 1만7천원∼2만원에 비해 배 정도 오른 것이다.
상인들은 앞으로 문어 값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속초중앙시장의 한 상인은 "이달 하순께는 일부 지역에서는 ㎏당 5만원 가까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어민들은 금어기 이후 문어 값 폭락을 걱정하고 있다.
금어기 이후 어획량 증가에 따른 어가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철호 대진연승협회장은 "금어기가 끝나면 모든 어민이 문어잡이에 나설 것이고 이에 따른 어획량 증가와 어가하락이 우려된다"며 "어가 유지를 위한 조업시간 단축 등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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