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무역적자 장애'…방치하면 정책실수 범할 것"

입력 2017-03-08 18:46  

"트럼프는 '무역적자 장애'…방치하면 정책실수 범할 것"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적자 장애(trade deficit disorder)'를 앓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무역적자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기 때문이 이런 장애를 방치할 경우 큰 정책실수를 범하거나 국내외의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교수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의 병폐가 나쁜 협정으로 인해 쌓인 무역적자 때문이라고 비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학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것을 드러낼 뿐 아니라 세계경제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진단했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내는 국가는 101곳에 달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하듯 양자가 아닌 다자 문제다.

로치 교수에 따르면 대규모 무역적자는 훨씬 깊은 문제를 반영한다. 바로 미국의 저축이 적자상태라는 것이다. 작년 3분기 미국의 순저축률은 국내총소득의 3%에 불과했다. 지난 30년간 평균치 6.3%의 절반 정도다.




저축이 부족한 상태에서 성장하려면 미국은 중국이나 독일, 일본과 같은 흑자대국의 국가로부터 여유자금을 수입해야 한다. 하지만 외국자본을 들여오는 것은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2000년 이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누적액은 8조3천억 달러로 같은 기간 전반적 무역수지 적자 누적액과 같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국가를 상대로 한 막말은 문제의 근원을 외면한 정치적 엄포에 불과하다. 몇몇 국가를 상대로 한 무역적자를 줄이면 그만큼 다른 국가들을 상대로 한 무역적자는 늘어난다.

중국 탓을 하며 벌을 주는 것은 잘못된 접근방식의 단적인 사례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위협한 대로 징벌적 관세를 부과한다면 흥미롭기는 하겠지만, 역효과를 부른다.

미국의 수입상대국이 중국에서 다른 국가들로 바뀐다면 중국보다 노동비용 등이 올라가기 때문에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자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나타난다.







미국 무역적자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미국인들이 저축을 늘리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외국자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다른 국가들을 상대로 무역적자를 내지 않아도 되게 한다.

하지만 이는 미국인들이 분에 맞는 생활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로치 교수는 "트럼프는 염치없는 보호무역주의자"라면서 "보호무역주의는 미국 대중에 정직한 메시지를 주는 것을 피하는 책임 전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역적자는 미국인들이 다른 국가의 흑자를 빌려 분에 넘치는 소비를 허용했다고 설명하면서 만약 미국이 무역적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다시 저축을 시작하거나 경제재건이라는 거짓 약속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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