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코 브뢰커 라이덴대 교수, 연합뉴스 이메일 인터뷰
"北, 정권유지에 인권침해 필요…김정남 암살은 도발행위"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김정남 아들 김한솔의 망명에 네덜란드 정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렘코 브뢰커 네덜란드 라이덴대 교수는 9일 "북한 정권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김정남 암살과 같은 인권 침해를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브뢰커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네덜란드 정부와 시민사회의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 문제에 대한 명백한 원칙적 입장은 북한 정권이 인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네덜란드 라이덴대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렘코 교수는 근래 북한 인권 유린 관련 연구에 매진해왔다. 김한솔 가족의 망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로디 엠브레흐츠 주한 네덜란드대사도 라이덴대 출신이다.
앞서 김한솔의 망명을 도왔다는 '천리마 민방위'라는 단체는 중국, 미국 등 망명을 지원한 국가들을 거론하면서 특히 네덜란드 정부와 '인권과 인도주의를 향한 네덜란드의 오랜 원칙적 입장을 입증한' 엠브레흐츠 대사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브뢰커 교수는 이번 사안에서의 네덜란드 역할에 대해 "(주한) 네덜란드 대사님께 물어보셔야 할 것 같다"면서도 "대사님은 이번 사건에 쉽지는 않지만 옳은 결정을 하셨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엠브레흐츠 대사는) 한국 개념으로 보면 나에게 선배님"이라며 "안 지 20여 년이 됐다. 잘 아는 사이"라고 전했다.
브뢰커 교수는 아울러 "화학무기 'VX'가 사용된 말레이시아 공항에서의 김정남 암살 사건은 북한의 도발 행위 맥락으로 볼 필요가 있으며, (대응이) 긴급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김정은 정권이 있는 한 (이런 사건의 재발을) 못 막을 것"이라며 "(해결 가능성에) 비관적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북한이 해외 노동자 신분을 가진 사람들을 암살 공작에 동원하게 된다면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본다"면서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유럽연합(EU) 국가들에도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브뢰커 교수는 지난 6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북한이 한·미의 내부 상황을 고려해 시점을 잡았을 것이라며 "탄핵 심판 결정이 나오는 시기여서 서울이(한국 정부가) 빨리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미국의 정치적 상황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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