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혐의 기소…"합병 비율은 시가로 산정…문제 있었는지 의문"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해 국민연금공단에 1천억원대 손해를 입힌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완선(61)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합병에 반대할 임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홍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당시 상황상 합병에 반대해야 할 임무나 합병 비율을 조정하라고 요구해야 할 임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또 "합병 비율은 시가(市價)에 의해 산정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주식 가치를 가장 적절하게 반영하는 게 시가라고 생각한다"며 "합병 비율이 부당했던 것인지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변호인은 "현재까지 특별검사팀의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하지 못한 상태"라며 "개괄적인 의견을 밝히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관한 자세한 의견을 다음 기일에 밝힐 방침이다.
재판부는 특검의 수사기록을 홍 전 본부장 측이 입수한 뒤 의견을 정하려면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다음 공판준비기일을 27일로 정했다.
불구속 상태인 홍 전 본부장은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준비 절차는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이 직접 법정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홍 전 본부장은 2015년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위원들에게 삼성그룹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하고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조작해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국민연금공단이 입은 손해가 최소 1천 388억원에 이른다고 봤다. 반대로 이재용(49·구속기소)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주주들은 8천 549억원에 달하는 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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