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D-1 정치권 초긴장…여야 비상체제 가동

입력 2017-03-09 11:59   수정 2017-03-09 15:32

탄핵심판 D-1 정치권 초긴장…여야 비상체제 가동

막판 찬반 여론전 총력…헌재 동향에 신경 집중

與 내심 기각·각하 기대…野, 헌재 인용 기정사실화

대선주자들도 일정 최소화하며 '포스트 탄핵' 정국 구상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이상헌 기자 = 여야 정치권은 9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두고 극도의 긴장감 속에 헌재의 결정을 예의주시했다.

헌재의 인용 또는 기각·각하 결정이 조기대선 실시 여부로 직결되고 각 당의 대선 전략에도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올 수밖에 없어 헌재의 동향에 온통 신경을 집중하는 표정이었다.

이런 탓에 여야는 당을 사실상 비상체제로 전환해 탄핵심판 선고 이후 정국 구상에 골몰하고, 일부 대선주자들은 예정된 일정을 취소할 정도로 헌재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각 당은 표면적으로 헌재 결정 승복을 표방했지만, 조기대선 실시 여부에 따라 이해득실이 확연히 엇갈릴 수밖에 없어 탄핵 찬반을 둘러싼 막판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국당은 당 소속 국회의원과 원외당협위원장, 당직자들에게 당사와 국회 주변에 대기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비상체제를 가동했다. 오전 공개회의 없이 헌재 선고 이후 상황을 숙의했지만, 내부적으로 기각ㆍ각하 기대감이 작지 않다.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국가적, 사회적으로 상당한 홍역을 치르고 있기 때문에 무거운 심정으로 처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10일 헌재 선고 직후 곧바로 긴급 비대위회의와 의원총회를 열 계획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권은 헌재의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로 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헌재 결정 승복을 촉구하는 등 조기대선에 신경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은 헌재 결정 직후 의원총회를 열어 정국 수습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결정이 나와도 승복하겠다고 선언해 주는 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 통합을 위해 해야 할 마지막 역할"이라고 요구했다.

한국당의 석고대죄도 촉구했다. 고용진 대변인은 "한국당 의원 94명 중 60명이 (박 대통령) 탄원서에 서명했다"면서 "국정농단 사태를 방조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당이 노골적으로 탄핵 반대에 나섰다는 것은 뻔뻔하고 추한 모습"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헌재가 국민의 뜻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소추를 인용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국민의당은 탄핵 이후 질서있는 수습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대통령 선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역시 헌재의 선고 직후 의원총회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탄핵 선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바른정당은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 기각시 의원직을 총사퇴하겠다는 결의를 재확인한 뒤 헌재 결정 승복을 촉구하면서 박 대통령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당 내 비박(비박근혜)계의 바른정당행을 압박했다.

정병국 대표는 "자유한국당 내 탄핵 찬성파 의원들도 용기를 내야 한다. 더 이상 망동을 일으킨 친박(친박근혜) 세력들과 한집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호소했다.

대선주자들도 한국당과 야권 주자 간 확연한 온도차를 보였다.

한국당 주자들은 긴장감 속에 각자의 대선 행보를 소화했지만,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문수 비대위원은 탄핵 기각이나 각하 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원유철 안상수 의원은 헌재 결정을 승복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야권 주자들은 아예 일정을 비우거나 최소화하는 기류 속에서도 탄핵 인용을 의심치 않는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공개일정 없이 헌재의 탄핵선고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대변인은 "오늘은 내일 탄핵선고에 대비해 지인들과 의견을 나누거나 탄핵 이후 정국 구상을 하면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광주·전남지역 기자간담회와 조계사 방문 외 일정을 비우고 탄핵 심판 결과에 대비한 전략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선고 당일에도 경선과 관련한 일정을 생략한 채 충남도청에서 도정을 챙길 계획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방송 출연 외에는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차분하게 탄핵 후 정국 구상에 몰두했다. 그는 선고 당일 오후 3시 정국 구상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조계사 자승 총무원장을 만나는 일정만 잡았다. 캠프 대변인인 제윤경 의원은 "아직 탄핵 심판이 어떻게 전개될지 확실하지 않다. 탄핵 심판과 촛불집회 등 동향을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당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야권의 심장부인 호남을 찾아 경선 준비에 공을 들였지만, '포스트 탄핵' 국면에 대비하기 위해 일부 일정은 취소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오전 11시 예정한 '신학기 맞이 3대 선물 공약발표'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탄핵이 인용된다면 한국당의 탄핵기각을 주장한 분들은 정치적 책임을 지고, 탄핵소추에 찬성한 30명 정도 의원들은 한국당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비박계의 결단을 주문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내일 어떤 결정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며 "헌법적 질서를 따르는 것은 모든 정치인과 국민의 자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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