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전선에 끼지 않을 것"…"미국도 대만배치 효용성 떨어져"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대만 정부가 자국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론에 대해 '자주국방'을 이유로 명확하게 '노'(NO)라고 선을 그었다.
9일 중국 관찰자망과 대만 언론에 따르면 펑스콴(馮世寬) 대만 국방부장은 최근 입법회 질의답변을 통해 대만내 사드 도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펑 부장은 "대만은 자국 안보를 스스로 지켜나가면서 강대국의 전쟁에 개입하거나 다른 나라의 작전을 도와서는 안된다. 그래야 안정속에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사드배치론은 미국이 대만에 사드 장비를 판매, 이를 발판으로 한미일 군사동맹에 대만을 끌어들임으로써 중국을 겨냥한 동아시아 방공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周刊)의 보도로 확산된 바 있다.
대만의 한 예비역 장성도 한국에 이어 다음 차례로 대만에 사드가 전개돼 동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거리를 두기 원하는 대만독립 성향의 상당수 민진당 계열 정치인들도 대만의 사드 도입을 주장하는 중이다.
이날 입법회에서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자 펑 부장은 사드 도입 반대의 이유를 부연 설명했다.
그는 "대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점"이라며 "두 강대국간 전선엔 일정한 '대체성'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함부로 끼어들어선 안된다. 대만은 절대 이런 상황에서 의미없는 희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만은 지난 30년간 자주국방 체제를 이어오며 어떤 국가가 우리에게 첨단무기를 제공하리라 기대하지도 않았다"면서 "대만을 방문한 외국 고위층에 '우리가 과거엔 물고기를 사서 먹었지만 지금은 직접 낚아야 한다. 어떻게 고기를 낚을 수 있는지 알려달라'고 말하곤 한다"고 전했다.
대만 정부는 '국기국함 국조'(國機國艦 國造)를 모토로 자국군이 사용할 전투기와 함정은 직접 제작하는 정책을 추진하며 미국 등으로부터 기술지원과 협력을 받고 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정부는 최근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맞서 새로운 군사전략으로 "다층적 억지를 통해 방어를 고수한다"는 방침을 제시하는 한편 방공미사일 지휘부를 공군 소속으로 편제하고 방공 작전 지휘권을 일원화시켰다.
대만이 사드 배치를 거부하는 것은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것도 있지만 대만군의 현재 대(對) 중국 작전 수요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군 난징(南京)군구 부사령관을 지낸 왕훙광(王洪光) 중장은 정협(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 참석, 사드 대만 배치론을 묻는 기자 질문에 "미국이 사드를 배치하는 날이 중국이 대만을 해방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중국이 대만을 겨냥해 푸젠(福建)성 일대에 중·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대거 배치해놓고 있는데 사드 시스템이 이를 요격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대만군내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괌 기지를 제외하면 중국이 미국 본토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타격할 경우를 상정할 때 그 항로가 대만 상공을 지나지 않는다는 점은 미국 입장에서도 대만 사드배치의 효용성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미국이 지금까지 대만에 공식적으로 사드 배치를 요구하지 않는 이유의 핵심적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대만군 관계자는 "대만군 입장에서 중국 미사일 방어 체계에서 사드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기도 하지만 미국 역시 대만에 사드를 배치해도 본토 방어에 큰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한미일 군사동맹 관계에 기반해 한국에 사드를 제공할 수 있겠지만 대만과 미국은 공식 수교국이 아니고 군사동맹 관계에도 이르지 못했다"며 "사드 시스템이 상당히 고가여서 대만이 이를 감수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만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대만 사드 배치안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지는 않았지만 초보적 판단으로는 대만은 미국의 사드망 합류를 거부하게 될 것"이라며 "대만의 신군사전략 확정 과정에서 미국의 사드구매 건의나 요구를 받은 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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