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소 986마리로 통계관리…현장집계 953마리보다 3.5% 많아
이력시스템 의존 탓…잘못 알고도 한 달째 가짜통계 사용 '황당'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올해 집단 구제역이 발생한 충북 보은의 살처분 통계관리가 들쭉날쭉하다.
쇠고기 이력관리시스템과 실제 사육두수가 서로 달라 발생한 문제라는 것이 당국의 해명이지만, 살처분한 소 숫자조차 제대로 관리 못한 것은 주먹구구식 행정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5∼13일 보은군 마로·탄부면 축산농가 7곳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한우와 젖소는 986마리로 집계돼 있다. 농가 3곳에서 예방적 살처분한 한우와 젖소 422마리가 포함된 마릿수다.
이 숫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충북도·보은군이 발표하는 모든 자료에 동일하게 등장한다. 이를 토대로 언론도 같은 숫자를 보도해왔다.
그러나 연합뉴스 취재 결과 실제 현장서 이뤄진 살처분은 이보다 33마리 적은 953마리로 확인됐다.
첫 발생 농가의 젖소가 실제보다 23마리 많은 195마리로 계산됐고, 5번째 발생 농가의 한우도 11마리가 부풀려졌다. 이 숫자도 10여일 전 952마리보다 1마리 늘었다.
쇠고기 이력관리시스템상의 사육 두수와 실제 농장 상황이 일치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는 게 방역 당국의 설명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송아지가 새로 태어나거나 소를 거래하면 5일 이내에 이력시스템에 신고해야 하지만, 이게 정확히 지켜지지 않아 차이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당국이 살처분 현장에 공무원과 수의사 등을 투입해 실제 처리 두수를 확인하고도, 잘못 만들어진 통계는 수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 달 넘게 허수의 통계가 관리가 유지되는 셈이다.
도 관계자는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이력관리시스템에 의해 살처분 계획이 수립되고, 이때부터 공식 통계가 만들어진다"며 "뒤늦게 현장 통계가 올라와도 이를 바로잡을 타이밍이 마땅찮아 최초 통계를 유지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당국의 부실한 통계관리가 행정 불신을 자초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땅에 묻힌 것으로 돼 있는 소 33마리를 어느날 갑자기 보상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는 부담도 떠안게 됐다.
보은군은 구제역 초기 실제 살처분 두수를 발표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잘못된 통계로 전환했다.
담당 공무원은 "중앙과 숫자를 맞추기 위해 취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상급기관 요구에 따라 오류가 있는 통계인 줄 알면서 그대로 사용했다는 얘기다.
도 관계자는 "방역이 급박한 상황에서는 신속한 현황 보고가 생명"이라며 "방역이 마무리되면 잘못된 통계 등을 수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살처분 두수는 현장서 꼼꼼하게 확인한 상태라 보상금 평가 때는 제대로 된 마릿수가 적용된다"며 "그동안의 통계는 단순한 방역자료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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