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방어 패트리엇 개량 1조원 '허비' 예고됐던 일

입력 2017-03-11 05:00  

수도권방어 패트리엇 개량 1조원 '허비' 예고됐던 일

2000년 초 美서 과도한 금액요구로 PAC-3 구매 좌절

독일서 탄도미사일 아닌 항공기 요격용 PAC-2 구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군 당국은 2천500만 명이 거주하는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요격용으로 PAC-2 패트리엇 미사일을 PAC-3로 개량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0년까지 개량을 끝내는 데 1조3천억원이 투입되며, 개량이 끝나면 후방에 있는 패트리엇 부대를 수도권으로 재배치할 계획이다.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를 경북 성주에 배치하면서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 미사일을 어떤 무기로 대응할지 논란이 거세지자 고육지책으로 꺼낸 것이 패트리엇 전진 배치 카드다.

군 당국이 요격거리 20㎞인 PAC-2를 2배인 40㎞의 PAC-3로 개량하는 작업을 벌이는 데 1조원이 넘은 돈을 투입하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은 2000년대 초 노후화된 나이키 허큘리스(Nike-Hercules) 지대공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한 차기 유도무기(SAM-X) 사업을 추진했다. 2002년부터 10년간 1조9천억원(당시 환율 기준)을 투입해 PAC-3 48기를 구매하는 대형 무기도입 사업이었다.

2000년 7월 SAM-X 후보 기종 결정을 위해 세계 각국 업체들을 상대로 제안서를 받았으나 미국 레이시온사의 PAC-3 기종만이 제안서를 냈다. 그 후 복수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S-300 미사일을 수출하는 러시아의 로스보오로제니아사에 서한을 보내 그해 9월 말까지 참여를 요청했으나 러시아 측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사업 방식은 미국 정부가 레이시온사를 대신해 구매 협상을 하고 보증하는 FMS(대외군사판매방식)로 결정됐다. 상업구매 방식이었으면 우리 정부가 레이시온사와 직접 협상을 하면 된다. 하지만 미국은 전략무기를 외국에 판매할 때는 FMS를 선호한다. 기술 유출을 방지하고 기술이전료(로열티)를 더 받기 위해서는 FMS가 적격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구매 협상이 진행됐지만, 미국 측은 연도별로 우리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를 제시했다. 이듬해 2월까지 진행된 협상에서 미국 측은 우리 정부가 제시한 연도별 대금지급 수준이 기준에 턱없이 미달한다면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1조9천억원에 32기만 팔 수 있었다고 역제안하기도 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려면 48기로도 모자라는 데 32기로 줄이자는 미국 측의 제의를 수용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로 인해 구매 협상은 사실상 결렬로 굳어졌다.

레이시온사 측에서 '입장'을 내고 한국의 요구대로 조정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제작사 측의 희망대로 되지는 않았다.

미국 측과 협상이 결렬되면서 PAC-3 구매사업도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PAC-3 구매사업은 차기 전투기(F-X) 사업 등 다른 대형사업이 추진되면서 예산 삭감을 거듭하면서 한 발짝도 진전되지 못했다.

당시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도 사거리 40km의 중고도용 호크 미사일과 사거리 5km의 미스트랄 휴대용 미사일 등을 실전 배치해 놓고 있고, 2008년 한국형 중거리방공미사일(K-MSAM)을 개발할 계획이라는 논리로 SAM-X 사업에 반대했다.

그러다가 노무현 정부 들어서면서 동력을 얻었다. 8천억원의 사업비를 깎아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1조1천억원의 사업비로 미국산 PAC-3 구매는 꿈도 꾸지 못하게 됐다. 결국, 독일이 운용한 PAC-2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독일의 PAC-2는 동·서독 통일 이후 사용할 데가 없는 잉여장비에 지나지 않았다. 독일은 적 항공기 요격용으로 PAC-2를 운용해왔다.

2005년 7월 독일 국방부의 클라우스 폰 슈페르버 군비총국 3국장은 서울을 방문했다. 당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을 예방한 뒤 우리 국방부 관계자들과 PAC-2 판매 협의를 시작한 것이다.

당시 독일은 PAC-2를 감축하고 있었고, 감축 분량을 다른 나라에 판매할 계획이었다. 한국이 좋은 먹잇감이 된 셈이다.

이듬해 9월 방위사업청은 독일의 PAC-2 구매를 공식화했다.

당시 방사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독일에서 패트리엇 발사대와 유도탄(미사일), 레이더 등 핵심장비를 구매하고, 독일에서 판매하지 않은 지상통제장비만 미국에서 구매토록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7년 3월 한국과 독일은 서울에서 제3차 방산·군수공동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독일의 잉여 PAC-2 장비를 도입하는 협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9월 방사청은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독일과 계약협상을 선언했다. 독일로부터 발사대와 유도탄, 레이더를 구매하고 미국으로부터 대대급 부대에서 운영하는 통제시스템인 지상통제장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우리 군은 당시 구매했던 PAC-2를 PAC-3로 개량하고 있다. PAC-2는 요격 목표물에 근접해 자동 폭발하면서 산탄으로 제압하는 반면 PAC-3는 목표물을 직접 타격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PAC-3의 사거리가 PAC-2의 2배가 넘고 요격률도 훨씬 높다.

PAC-3로 개량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현재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은 내년까지 PAC-3 최신형인 PAC-3 MSE(Missile Segment Enhancement)로 교체할 계획이다. 요격 거리는 60~80㎞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군은 이르면 올해 초부터 선행연구를 시작하면 2020년께는 PAC-3 MSE로 개량할 수 있는 준비가 완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량하기로 확정되면 1조원 이상이 들어가는 것은 기본이다.

'항공기 요격용'으로 사용되던 무기체계를 들여와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눈가림'한 대가가 결과적으로 피 같은 혈세를 '허비'하는 꼴이 되고 있다.

three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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