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기행' 지도자에 탄핵 철퇴…자진사퇴로 최악 불명예 모면도
성추문 빌 클린턴은 '구사일생', 탄핵 위기 속 자리보전 지도자들도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것처럼 물러난 지도자를 해외에서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탄핵 제도가 14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이래 세계 각국에선 부패 등으로 헌정 질서를 유린한 국가 수반들이 탄핵의 철퇴를 맞았다.
가장 최근 사례는 남미 최대 경제 대국 브라질에서 나왔다.
지우마 호세프는 2010년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등극했지만 탄핵으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호세프의 탄핵안은 상원 전체회의에서 여유 있게 통과(찬성 61표, 반대 20)됐다. 호세프는 탄핵안 가결 다음 날인 지난해 9월 1일 탄핵무효 소송을 냈지만 브라질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호세프의 탄핵 사유는 연방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분식회계 방법으로 흑자로 꾸며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심각한 경제난과 정권 부패 스캔들에 따른 지지율 급락도 탄핵 정국에서 호세프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브라질에선 호세프에 앞서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낙마했다.
브라질 최초 직선 대통령인 콜로르는 1992년 물가상승을 막고자 은행계좌를 동결하는 극단적인 조처를 했으나 실패했다. 여기에 비리 의혹까지 더해지자 의회는 탄핵 절차를 개시했다.
콜로르는 탄핵 절차가 시작되자 바로 사퇴했다. 상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탄핵안을 표결에 부쳐 가결했다.
대법원은 1994년 12월 콜로르를 탄핵으로 내몬 부패와 범죄 혐의를 두고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남미의 에콰도르도 대통령 탄핵 경험이 있는 나라다.
에콰도르의 압달라 부카람 전 대통령은 1997년 2월 의회의 탄핵으로 당선 6개월 만에 짐을 쌌다.
의회는 부카람을 무능하고 부패한 대통령으로 평가하고 탄핵했다. 공금횡령, 정실인사에 더해 콘서트와 앨범 제작에 집착한 부카람의 '기행'이 국민의 냉엄한 심판을 받은 셈이다.
인도네시아의 압두라만 와히드 전 대통령 역시 의회의 탄핵안 가결로 쫓겨났다.
와히드는 초반 개혁 조치로 국민의 지지를 받기도 했지만 조달청의 공금횡령 사건 등 각종 부패 스캔들로 취임 2년 만인 2001년 7월 탄핵당했다.
리투아니아의 롤란다스 팍사스 전 대통령의 발목을 잡은 것은 헌법 위반 혐의였다. 그는 2004년 4월 대선 기간 재정후원자인 러시아 기업가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등 헌법질서를 어지럽혔다는 혐의를 받은 후 탄핵됐다.
의회의 탄핵안 가결 전에 스스로 물러난 지도자들도 많다. 강제로 쫓겨나는 것보다 자진사퇴 방식으로 최악의 불명예를 피한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낙마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있다.
미국 20세기 최악의 정치스캔들로 기록된 워터게이트 사건은 닉슨이 재임한 1972년 터져 나왔다. 당시 민주당 전국본부 사무실을 도청한 워터게이트 사건이 언론 보도로 폭로되자 닉슨 행정부는 처음엔 '모르쇠'로 일관했다.
결국 닉슨이 사건은폐 모의, 위증 교사, 수사 방해 등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원 법사위원회는 1974년 7월 탄핵 결의를 가결했다.
닉슨은 결국 탄핵 위기 속에 자진 사임을 선택했다.
일본 이민자 출신인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전 대통령도 탄핵 절차 도중 사퇴의 길을 걸은 지도자다.
그는 2000년 부정부패 혐의로 탄핵 절차가 시작되자 일본 방문 중에 '팩스 사임서'를 제출했다.
유명 배우 출신인 필리핀의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축재·뇌물수수 혐의),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독직 사건 연루)도 탄핵 국면에서 사임했다.
반면 탄핵 위기 속에서 '살아남은' 지도자들도 있다.
한국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노 전 대통령은 총선 관련 발언의 선거법 위반 논란을 계기로 탄핵 심판대에 올랐다. 2004년 당시 한나라당 주도로 노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지만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을 파면시킬 중대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도 가까스로 자리를 보전했다.
그는 1998년 성추문 관련 위증 혐의로 탄핵 소추됐으나 탄핵안이 상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미국의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은 클린턴처럼 구사일생한 사례로 꼽힌다.
존슨은 1868년 남북전쟁 후 남북화해 정책을 거부한 국방장관을 해임한 건으로 의회의 탄핵 심판대에 올랐다. 하원을 통과한 탄핵안은 상원에서 정족수에서 단 한 표가 모자라 자동으로 폐기됐다.
가장 최근에 탄핵이 부결된 사례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이컵 주마 대통령이 있다. 주마가 사저 개보수에 국고를 쏟아부어 논란이 일자 남아공 의회는 지난해 4월 탄핵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부결됐다.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과 파라과이 루이스 곤살레스 마치 전 대통령, 대만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도 탄핵 위기를 넘긴 지도자들로 거론된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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