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경영硏…"환율조작국 지정 실효성 떨어져"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도 원/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11일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검토'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 요인이지만, 환율 향방에는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여부 등 펀더멘털 요인의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오는 4월 교역대상국 환율 정책에 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다.
지난해 재무부 보고서에서는 한국과 중국, 독일, 일본, 스위스, 대만을 환율 조작에 관한 '관찰대상국'으로만 분류했다.
현재 미 재무부는 환율조작국 지정요건을 ①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3% 이상, ②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 달러 이상, ③연간 GDP 대비 2% 이상 달러 매수해 외환시장에 개입 등으로 보고 있다.
이 중 한국은 3번째 요건에서 맞지 않아 관찰대상국으로만 분류됐으며, 금융시장에서는 이번에도 작년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만약 미국 재무부가 지정요건을 바꾸면서까지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도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고 해도 미국이 3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며, 프랑스의 유럽연합(EU) 탈퇴 등이 가시화되면 달러 가치가 올라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오를 것이란 설명이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미국이 1992년 대만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지만, 이 시기(1992년 4월∼1993년 3월)에 달러 대비 대만달러의 가치가 오히려 4.6% 하락했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환율조작국 지정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다.
미국 내 싱크탱크인 미국 기업연구소(AEI)나 브루킹스연구소,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등은 환율조작국 지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이 교역대상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해도 해당 국가의 통화가치 상승을 확신하기 어렵고, 미국의 자의적 지정에 따른 비난이나 통상 갈등만 커져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송경희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무역수지 적자가 막대한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가 지지층을 의식해 공약대로 환율조작국 지정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면서도 "미국이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위협수단으로 사용해 주요 교역대상국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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