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도 추락 자초…2금융권 가계부채 통계 허점 많아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한국은행이 가계대출 통계를 발표했다가 수치를 급하게 정정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은은 9일 보도자료에서 올해 1월 저축은행 가계대출이 9천775억원 늘었다고 발표한 지 4시간이 지난 후 실제 증가액이 5천83억원이라는 수정된 자료를 냈다.
저축은행중앙회로부터 받은 통계를 보도자료로 배포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작년까지 가계가 빌린 대출금 중에서 영리 목적이 아닌 '순수가계 대출'만 한은에 보고했지만, 이번에는 작년까지 영리 목적으로 분류했던 영농자금 등 일부 가계대출(4천692억원)을 새로 포함했다.
한은은 이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1월 증가액을 실제보다 많이 계산한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와 조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빚어진 것이지만 단순한 실수로 보기에는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급증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통계의 허점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1월 통계가 평소보다 많았지만 (원인을) 깊이 파보지 않았다"며 "저축은행중앙회의 신뢰도를 생각해서 통계를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만약 1월에 저축은행 가계대출 수치가 이례적으로 많아진 원인을 세밀하게 점검했다면 잘못된 수치를 발표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한은의 제2금융권 통계는 보완할 점이 많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예컨대 은행의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 통계는 매달 발표되지만, 제2금융권의 자영업자 통계는 집계되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전체 자영업자 통계를 둘러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12월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작년 9월 말 현재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464조5천억원(차주 수 141만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금융감독원이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를 조사한 결과,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600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통계와 무려 130조원 이상 차이가 난다.
기본적인 통계를 둘러싼 관계 당국간 불협화음은 가계부채 대책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특히 정확한 통계를 생명으로 삼아온 한은의 신뢰도가 흔들리는 점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2금융권의 가계부채 통계에 좀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잘못된 통계를 내는 실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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