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P 인상시 한계가구 빚 25조↑…전체 대출자 이자 9조 더 내야
금융당국 '비상'…대출 옥죄고 취약계층 지원 최대한 앞당겨 실시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송광호 박초롱 기자 = 미국이 이번 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시장금리 상승세가 가속되는 '금리의 역습'이 본격화될 수 있어 1천344조원을 넘어선 한국의 가계부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여러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나 저신용자, 자영업자 등 가계부채의 '약한 고리'로 지목되는 취약계층은 경기 부진 속에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 채무 상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대출 심사 및 원리금분할 상환 비율 강화 등 대출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취약계층 채무부담 완화 등의 집행 속도를 최대한 높이기로 했다.
◇ 대응 서두르는 금융당국…"가계대출 확대 안 돼"
가계신용(가계빚)은 지난해 말 1천344조3천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전년 대비 지난해 증가 폭 141조2천억원도 사상 최대였다.
올해 1월 주춤하는 듯했던 은행권 가계대출은 2월에 3조원 가까이 늘어 증가세가 다시 확대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가계 빚 시한폭탄'의 스위치가 켜질 수 있어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동향을 매주 점검하는 등 비상체계를 구축했다.
12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결정돼도 큰 충격은 없겠지만 가계부채 대응에 좀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이미 소득심사 강화, 분할상환 의무화를 담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대부분 금융권으로 확대했고 가계대출 동향 점검도 강화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일 은행·생명보험·상호저축은행 등 금융협회장들을 불러 모아 놓고 "가계대출 영업을 확대하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주문했다.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진 점이다.
대출 심사가 엄격해진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저신용자, 저소득자, 자영업자 등이 제2금융권의 문을 두드리면서 우려하던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당국은 이에 따라 제2금융권 가계부채 관리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선정하고 2금융권 가계대출 동향을 월 단위에서 매주 점검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 7일부터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과 저축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도 벌이고 있다.
당국은 금리가 오르면 부담이 늘어나는 한계차주 등 취약계층 지원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일단 금융사의 담보권 실행전 상담절차를 의무화하는 주택담보권 실행 절차 개선, 가산금리 및 연체금리 개선 등 상반기 중 계획돼 있던 정책 도입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 자영업자·다중채무자가 '약한 고리'
당국의 우려처럼 저신용자, 저소득자, 중복채무자, 다중채무자, 자영업자 등이 가계부채의 약한고리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작년 9월말 기준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자영업자는 141만명이다.
이중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를 동시에 보유한 차주(대출자)는 113만명에 달한다. 자영업자의 80%가 중복대출자인 셈이다.
다중채무자 증가 추세도 가계 빚 문제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뇌관 중 하나다.
개인신용평가사인 나이스평가정보의 2012∼2016년 다중채무자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5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101만7천936명으로, 2012년 말보다 5.0% 늘었다. 이들이 보유한 대출액은 108조9천324억원으로 4년 전보다 20.9% 증가했다.
저신용자 역시 가계 빚 문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저신용자 중 변동금리 대출자들이 많아 금리가 올라가면 금리 인상 쓰나미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10개 신용등급 중 7∼10등급인 저신용 차입자의 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80%를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자영업자, 저신용자, 다중채무자가 취약한 이유는 이들의 소득이 일정하지 않고 경기 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금리가 은행권보다 훨씬 높은 제2금융권을 많이 이용한다는 점이다.
다중채무자 중에는 은행과 2금융권에서 동시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어 2금융권의 연체가 은행으로 전이될 수 있다.
◇ "금리 오르면 음식·숙박 등 문 닫는 자영업자 증가"
금리인상은 전체 대출자는 물론 취약계층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말 국회 보고에서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추가 이자 부담이 9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한계가구의 부담은 더 늘어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김종민(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말 한은 자료를 토대로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한계가구 금융부채가 25조 급증한다고 분석했다.
한계가구는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처분 가능한 소득 대비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액 비중이 40%를 넘는 가구를 말한다.
김 의원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한계가구는 157만3천가구로 6만9천가구 늘고 한계가구의 가구당 연평균 이자지급액은 755만4천원에서 891만3천원으로 135만9천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계가구의 금융부채는 314조4천억원으로 24조7천억원 불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금리 인상은 자영업자에게 존폐 차원의 문제가 된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0.1%포인트 오르면 폐업위험도가 7∼10.6% 올라간다고 예상했다.
특히 음식·숙박업은 폐업위험도가 10.6% 상승, 금리에 상당히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lees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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