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로 두 쪽 난 영국, 대혼돈 극복후 '차분한' 이행에 속도

입력 2017-03-11 09:05  

브렉시트로 두 쪽 난 영국, 대혼돈 극복후 '차분한' 이행에 속도

여진 계속되지만 논쟁 풀어 나가면서 EU와 '이혼 협상'에 진력

메이 총리 '통합내각' 구성, 야당 대표 '국민결정 존중' 행보 돋보여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지난해 2월 20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6월 23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실시를 발표했다.

다음날부터 브렉시트는 다른 모든 의제를 집어삼켰다.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선택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6월 24일 새벽 영국인들이 밤새워 지켜본 투표 결과는 탈퇴 51.9%, 잔류 48.1%. '완전 충격' '터무니없고 어이없다' '아주 흥분된다' '기대감에 들떠 있다' 등 충격과 좌절, 희열과 흥분으로 나라 전체가 두 쪽 났다.

100만명이 재투표를 요구하고 수만명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승복할 수 없다고 울부짖었다. 그야말로 '대혼돈'이었다.






그로부터 9개월 가까이 흐른 지금, 영국 사회는 EU 27개 회원국과 '이혼 협상'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물론 아직은 여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 브렉시트 절차를 개시하려면 의회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브렉시트 발동안에 대한 상원 승인 과정서 불거진 두 차례의 거부 등에서 브렉시트 진로와 일정은 흔들렸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차분한 분위기에 가깝다. 물론 일각에선 두 쪽 난 분열을 극복하는 데 실패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럼에도 경제 지표들은 안정으로 수렴해가는 양상이라는 평가에 힘을 싣는다. 영국 경제는 지난해 3~4분기 연속 0.6% 성장했다. 국민투표 이전인 1분기(0.3%)에 비해선 되레 나았고 2분기(0.6%)와 비교해도 나빠지지 않았다.

서비스가 80%를 차지하는 경제구조 아래서 분열된 국론과 국정 혼란에 민감할 수 있는 소비심리가 위축된 현상은 적어도 6개월 동안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두 정치인, 여야 리더십에 눈길에 쏠린다.

혼돈을 수습할 책임을 자임한 테리사 메이 새 총리는 새 내각을 탈퇴파와 잔류파를 아우르는 통합 내각으로 꾸리는 선택을 했다.

메이 총리를 대표로 하는 집권 보수당 의원들은 국민투표 기간 잔류파와 탈퇴파가 6 대 4 비율 정도로 갈라졌다.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혈투'를 벌인 탓에 치유가 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정도였다.

잔류파였던 메이 총리는 보리스 존슨, 데이비드 데이비스, 리엄 폭스 등 탈퇴 캠페인을 이끈 3인방을 외무부·브렉시트부·국제통상부 수장에 기용했다. 브렉시트를 이끌 핵심 자리에 그들을 포진시키고 통합을 꾀했다.

한편으론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를 뜻한다"는 말로 EU 잔류로 되돌아가기를 바라는 정치권과 국민 사이에서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브렉시트 거부와 번복 시도에 쐐기를 박으려 했다.

메이 총리가 EU 단일시장에서 이탈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천명했지만, 여당 잔류파의 반발은 산발적인 수준에 그쳤다.

잔류파가 가장 경계했던 시나리오가 '하드 브렉시트'였던 점을 고려하면 하드 브렉시트냐 소프트 브렉시트의 결정은 제2의 브렉시트 찬반 논쟁으로 번지기에 충분한 이슈였다.

그럼에도 여당은 외견상 메이 총리의 하드 브렉시트에 수긍하는 모습이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노동당은 EU 잔류를 당의 공식 입장으로 정했다. 브렉시트 찬성 투표결과는 여당에는 반쪽 승리와 반쪽 패배를 뜻하지만, 노동당에는 참패를 의미했다.

하지만 코빈 대표는 브렉시트 이행과 관련한 중요 고비마다 "국민들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특히 당내 주류 세력의 반발로 대표직 재경선을 치르는 굴욕을 맛보는 속에서도 이런 원칙을 지켰다.

EU 잔류를 지지했던 노동당 인기가 추락한 게 노동당에 운신의 폭을 좁힌 측면도 있지만 브렉시트 결정을 뒤집지 않으려는 야당의 행보는 지금의 차분한 브렉시트협상 국면으로 이어진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ju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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