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온난화 주범 아냐" 美환경청장 주장에 논란(종합)

입력 2017-03-1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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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온난화 주범 아냐" 美환경청장 주장에 논란(종합)

환경단체 "NASA가 지구 평평하다는 꼴"…前청장들 "경제·인류에 타격"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김지연 기자 = 미국 정부의 환경정책 수장이 9일(현지시간) 이산화탄소가 기후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스콧 프룻 미 환경보호청(EPA) 청장은 이날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가 목도하는 지구온난화의 주원인이 이산화탄소라는 데 동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프룻 청장은 "인간의 행동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고, 또 그 영향의 범위를 놓고는 엄청난 다툼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직 그 점에 대해 잘 모른다. 앞으로 계속해서 논의하고 검토,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룻 청장은 인터뷰 이후 에너지업계 기업인들이 모인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위크' 콘퍼런스에 참석해서도 미 의회가 EPA에 이산화탄소 이슈를 다룰 권한을 줬다는 점에 '근본적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기 때문에 공공의 안정은 물론 현재,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협한다는 EPA의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EPA를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앞으로 트럼프 정부 EPA의 정책 방향은 지금과는 달리 각종 환경 규제를 완화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새 정부의 환경보호 수장이 이런 발언을 한 데 환경보호론자들은 즉각적으로 반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전했다.

생물다양성센터(CBD)의 베라 파디는 "마치 항공우주국(NASA) 수장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말하는 걸 듣는 것 같다"며 "EPA를 책임지는 사람이 기후변화에 관한 기본적인 사실들을 부인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직 EPA 청장들도 전 세계 과학자들이 한 것은 물론이고 EPA가 앞서 수행했던 공식 과학연구 결과들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지낸 EPA 청장을 지낸 지나 매카시는 성명을 내 "과학의 세계는 신념이 아니라 경험적 증거에 관한 것"이라며 "기후변화의 증거는 분명하며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그 비용은 수용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후변화의 엄청난 결과를 막는 것은 지구를 집이라 부르는 우리 모두의 건강과 안녕에 긴요한 일"이라며 "EPA 청장이 이것을 이해하려고 추가적인 과학적 정보를 원하다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매카시에 앞서 EPA 청장을 지낸 리사 잭슨도 "기후변화에 대해 논쟁을 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며 "과학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연방 규정이나 법률 정도가 아니라 인간의 건강, 환경,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경규제 철폐는 '기후변화는 거짓'이라고 주장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된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프룻을 EPA 청장으로 임명한 것부터 트럼프 정부의 환경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프룻 청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기후변화 구상의 하나로 추진해 온 화력발전소 온실가스 감축 의무화, 수질오염 방지 대책 등을 저지하기 위한 집단 소송을 주도해 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가 환경오염 주범이 아니라고 한 말이 논란이 되자 백악관은 그 부분만 조명해선 안 된다며 진화에 나섰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한 기자가 프룻 청장의 이 발언에 대해 질문하자 "그건 프룻 청장이 한 말의 한 토막일 뿐"이라며 "그는 아주 긴 답변을 했다. 그는 계속 말하면서 우리가 확정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si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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