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는 자녀들이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잡스가 사망하기 한 해 전인 2010년 언론 인터뷰에서다.
아이들이 스마트 기기와 거리를 두게 하는 건 정보기술(IT) 기업의 요람인 실리콘 밸리의 거물들도 마찬가지다.
샌프란시스코 '베이(Bay)지역에 있는 한 사립학교는 학생들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학교 학부모의 75%가 실리콘 밸리 IT기업의 경영진이라는 점이다.
뉴욕대(NYU) 경영대학원 스턴 스쿨의 애덤 앨터(36) 조교수는 스티브 잡스 인터뷰를 본 뒤 저서 '일리지스티블'(Irresistible·저항할 수 없는) 집필을 시작했다.
책에 따르면 현대인은 하루 3시간씩 스마트폰에 매여 있고, 10대 소년들은 일주일씩 방에 틀어박혀 비디오 게임을 하며, 45일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게임을 하던 청소년은 재활시설로 보내졌다. 최근 미 증시에 상장된 '스냅'은 아이들이 하루에 18번이나 '스냅챗' 앱을 사용한다고 자랑했다.
마케팅 심리학을 전공한 앨터 교수는 한시라도 스마트 기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스크린 중독'이 헤로인·코카인·니코틴 같은 마약이나 약물 중독 못지않게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신경 전달 물질 도파민이 흘러나와 당장은 즐거운 기분이 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성 탓에 더 많은 자극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이 인간을 더 잘, 더 오래 낚아내기 위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스마트폰용 게임 개발업체들이 출시에 앞서 여러 버전의 시제품을 놓고 테스트를 한 후, 중독성이 더 강한 게임을 선택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저자는 전한다. 더 자주, 더 오래 사용할수록 수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도 스크린 중독을 악화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저자는 "현대인은 소셜 미디어를 끊임없이 확인하느라 업무는 물론 일상생활이 방해받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좋아요'를 눌렀는지에 중독되면서 바깥에 나가 산책하거나 사람을 직접 만나 대화하는 일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스마트폰이 손에서 떠나지 않으면서 언제 어디서든 '검색'을 할 수 있게 돼, 더는 뭔가를 기억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도 결코 우호적인 일은 아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기억력은 퇴화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갈수록 줄게 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앨터 교수는 스마트 기기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권한다.
"우선 스크린 중독이나 기술이 우리 삶을 어떻게, 얼마나 침범하는지를 스스로 유념해야 한다. 그 후에 방어선을 정해야 한다. 나의 경우, 오후 6시 이후에는 이메일에 답장하지 않는다."
또한 스마트 기기가 전혀 없는 공간에서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눌 것을 추천한다. 아울러 흔히 셧다운 제도로 알려진 '신데렐라 법' 입법 필요성도 제기한다.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자정 이후로는 온라인 게임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으로, 이미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적용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여기에 더해 적용 범위를 모바일 게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354쪽, 펭귄프레스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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