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고, 뽑고, 따며' 소소한 재미 VS 지나치면 도박 경고
(전국종합=연합뉴스) "지금부터 가장 작은 물고기를 잡는 분께 지포 라이터를 드립니다."
경품을 내건 게임 안내 방송이 시작되자 길이 20m·폭 5m·깊이 1m 남짓한 수조를 둘러싼 '강태공'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떡밥을 재고, 찌를 드리우고, 낚싯대를 거둬들이는 동안 물 밖으로 끌려 나온 물고기들의 몸무게가 실시간으로 전광판에 오르내렸다.
낚시 대결은 1시간 동안 펼쳐졌다. 아기 팔뚝 크기에 165g짜리 잉어를 끌어올린 '5번 손님'이 라이터를 획득했다.
광주 서구 번화가의 한 상가건물 지하에 실내낚시터 형태로 자리한 이곳에서는 여러 형태의 내기가 즉흥적으로 펼쳐졌다.
제한된 시간 동안 가장 큰 것을 잡거나 특정 어종 또는 가장 빨리 물고기를 낚으면 경품을 받는 등 규칙이 다양했다.
상시 운영하는 낚시 게임 규칙은 특정 무게 구간에 속하는 물고기 잡기다.
구간마다 다른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고, 값비싼 제주도 항공권을 따낼 수도 있다.
낚시로 쌓은 포인트는 화장품, 운동화, 드론, 양주 등 진열장을 채운 갖가지 경품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계절과 풍광을 즐기며 사색하는 자연 낚시와 달리 술집 틈바구니에 자리한 이곳에서는 물고기마다 현물 가치가 매겨져 있었다.
비좁은 수조에서 부대끼느라 등지느러미가 떨어져 나간 잉어 떼가 떡밥을 매단 낚싯바늘을 무심코 지나쳤다.
하루 수차례 낚싯바늘에 상처 입은 물고기들은 저울과 연동한 금속통 바닥이 열리면 수조로 돌아가는 삶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업소는 11일 현재 전국 곳곳에서 '낚시카페' 등의 이름으로 시간당 요금을 받으며 회원제로 성업 중이다.
도박문제 상담 기관 관계자는 불확실한 결과에 요행을 거는 실내낚시터 손님의 놀이 행태가 넓은 범주에서 도박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열풍인 인형 뽑기와 마찬가지로 오락에 깃든 '도박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는 포인트낚시, 인형 뽑기, 카지노형 술집 등 유흥 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게임을 현명하게 즐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재미 수준에서 적절하게 이용한다면 저렴하게 놀 수 있는 오락이 될 수 있지만, 몰두하고 집착하다 보면 시간과 에너지 피해 범위가 커질 수 있다는 경고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국 인형 뽑기방은 1천433곳으로 집계됐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뽑기 게임이 지난해 청소년층에서 가장 많이 이용한 도박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청은 각종 카지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술집이 도박을 조장한다는 지적에 일제 단속을 펴 지난달 전국적으로 주점 16곳 업주 등 17명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기도 했다.
카지노 술집은 블랙잭, 바카라, 룰렛 등 카지노 기구를 비치하고 입장료를 내면 금액에 따른 칩을 제공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업소다.
추가로 술과 안주를 주문해도 가격에 상응한 칩을 준다. 도박장처럼 칩을 직접 사거나 환전할 수는 없지만, 칩을 술이나 안주, 경품과 교환할 수 있다. 업소를 나갈 때 '적립' 개념으로 보관해둘 수도 있다.
경찰은 칩을 직접 사거나 환전할 수 없더라도, 이런 운영 방식을 보면 칩의 '재물성'이 인정되는 만큼 카지노 술집 내에서 이뤄지는 카지노 게임은 일시적 오락이 아닌 도박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최성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홍보사업과장은 11일 "단정 지을 수 없지만, 도박성 게임 유행은 깊은 불황과 취업난 등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즐길 거리가 부족한 사회 문화도 사행성 사업이 틈새시장을 파고들게 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김소연 임기창 정회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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