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속이 다 시원"…일부 주민 안타까움 드러내기도
경찰, 사저경비 강화…靑직원들 朴복귀준비차 사저방문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최평천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당한 10일 박 대통령 사저 주변은 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사저 주변은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에도 취재진만 북적일 뿐 고요했다.
주변을 지나던 주민들과 직장인들이 사저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스마트폰을 꺼내 박 대통령 사저와 취재진을 촬영하는 정도였다.
주민들은 대체로 이날 헌재 결정에 대해 "속이 시원하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일부 주민들은 '동네사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저 인근에서 10년 넘게 산 나모(49·여)씨는 "헌재의 파면결정은 당연한 일로 될 일이 된 것 뿐"이라며 "헌법재판소까지 문제를 끌고 오기 전에 의혹이 불거졌을 때 잘못을 인정하고 자리에서 물러났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였다는 나씨는 "대통령에 당선돼 청와대로 가는 날도 박 대통령을 보러 나왔었다"면서 "여자로서 안타깝기는 하지만 너무 크게 실망해 이제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모(67)씨는 "박 전 대통령은 이제 청와대를 나와 집으로 돌아 오실 때"라면서 "오늘 탄핵심판 선고 생중계를 보는데 이정미 재판장님이 너무나 정확히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 동네에 15년 거주한 고모(58·여)씨는 "대통령이 됐다고 했을 때 동네 주민이라 반갑고 기뻐 나와서 구경까지 했다"고 회상하고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탄핵선고에 큰 관심은 없다"고 말을 흐렸다.
사저 인근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웃는 얼굴로 헌재의 파면 소식을 나누며 식당으로 삼삼오오 향했다.
최모(47)씨는 "식사하러 나왔다가 탄핵소식을 들었는데 속이 다 시원했다"며 "헌법 위배니 당연히 탄핵돼야 했고, 역사가 드디어 바로 세워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모(39·여)씨는 "파면 소식을 듣고 기분이 너무나 좋다"며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해두려고 일부러 사진을 찍으러 나왔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을 응원하는 이들도 발걸음을 했다. 태극기를 손에 들거나 몸에 두른 남녀 15명 가량이 박 전 대통령 사저를 바라보고 수시간 동안 서 있었다.
파면 선고 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직원들이 사저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 복귀 준비를 하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
선고 후 4시간이 채 안된 이날 오후 2시 50분께 은색과 갈색 승합차 2대에 타고 사저 앞에 도착한 정장 차림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차량에서 베이지색 상자 등 짐을 내려 사저 안으로 옮긴 뒤 30여분 후 사저를 떠났다.
이후에도 청와대 관계자로 보이는 이들이 검정색 캐리어를 끌고 사저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됐고, 전기 기술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전선 등 공사 도구를 들고 사저 안팎을 오가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날 당장은 박 전 대통령이 사저로 돌아가지 않고 관저에 잔류한다고 밝혀 박 전 대통령의 복귀 시점은 주말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탄핵사건이 인용된 뒤 박 전 대통령이 사저로 향할 가능성 때문에 사저 주변 취재 열기도 매우 뜨거웠다.
전날부터 사저 주변에 진을 치고 있던 취재진의 숫자는 오후 들어 200여명에 육박했다가 밤이 되어서야 줄었다.
취재진은 담장이 높은 사저 안쪽이 잘 내려다보이는 인근 건물 옥상을 선점하는 등 취재 경쟁을 벌였다.
방송 화면을 송출할 회선이 부족해 KT 측이 사저 앞 전봇대에서 회선 증설 작업을 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사저 앞 초소에 평소와 같이 경찰 3명을 배치한 것 이외에도 사저 주변에 5개 중대(약 350명)를 투입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다만, 사저가 주택가 한가운데 있는 만큼 주민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삼엄한 경비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일단 우발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경비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사저 복귀 상황 등에 따라 경비 계획을 다시 세우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저가 주택가여서 지금부터 삼엄한 경비를 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며 "주민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상황은 피해 가며 유연하게 경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s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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