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이권 추구, 미르·K재단 지원 통한 대통령 권한남용 인정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지난 92일간의 '탄핵심판 대서사'는 마무리됐다.
헌재 재판관들은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전원 박 대통령의 파면이 마땅하다고 판단했다.
애초 법조계 안팎에서는 '인용'이 우세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기각 또는 각하를 점치는 시각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8대 0'이라는 만장일치였다.
헌재는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 문화체육관광부 간부의 좌천 인사 등 공무원 임면권 남용 ▲ '정윤회 문건' 보도와 관련한 언론자유 침해 ▲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생명권 보호 의무와 직책 성실 의무 ▲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 등 크게 4개 부분으로 나눠 판단했다.
이 가운데 네 번째 요소가 박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했다.
헌재는 공무상 비밀 문건 유출, 최씨가 주도한 이권 개입 지원, 대기업 출연금을 토대로 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관여 등 검찰과 특검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의혹 중에서도 객관적인 물증으로 뒷받침되는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재판관들은 박 대통령의 이러한 행위가 최씨의 이익 등을 위해 대통령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다고 봤다. 헌법 및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등 실정법을 위배했다는점도 분명히 했다.
재단 설립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최씨의 이권에 도움을 줬다는 점도 언급하며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기업 경영의 자율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이러한 법 위반 행위가 대통령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의견을 함께했다. 국정농단과 이권추구 등을 지원·방조한 행위가 헌법과 법률을 심각하게 위배했다는 판단이다.
최씨에 대한 사익 추구 지원이 재임 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해서 이뤄졌고, 국회와 언론의 계속된 지적에도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하는 등으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그 결과 안종범(58)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이 부패 범죄 혐의로 구속기소 되는 중대한 사태에 이르렀음을 지적하며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했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고 청와대 압수수색마저 거부하는 등 박 대통령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로 봐야 한다는 게 재판관들의 일치된 판단이다.
헌재는 "피청구인(박 대통령)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밝혔다.
다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선 직책 수행의 성실성 여부는 그 개념이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탄핵 사유로 삼기에는 어렵다고 봤다.
언론자유 침해와 공무원 임면권 남용 부분의 경우 박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탄핵 사유에 포함하지 않았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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