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시작부터 달랐던 盧-朴대통령 탄핵심판, 결론도 달랐다

입력 2017-03-10 12:56   수정 2017-03-10 13:29

[대통령 탄핵] 시작부터 달랐던 盧-朴대통령 탄핵심판, 결론도 달랐다

헌정사상 이들 두 사례뿐…기각과 파면 엇갈린 '운명'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파면을 결정하면서 헌정 사상 두 번의 탄핵심판은 결국 극명하게 다른 결과로 끝났다.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헌재에서 기각됐으나,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두 건은 현직 대통령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 외에는 시작부터 크게 달랐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한 선거법 위반 발언이 발단이 됐고, 박 전 대통령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문제가 됐다.

탄핵심판의 대상은 13년 전과 사실상 정반대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은 2004년 당시 탄핵을 주도했던 한나라당 대표였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장이었다.

변호사 자격을 지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노 전 대통령 측 대리인단을 이끌었다.

13년이 지난 지금 문 전 대표는 탄핵을 주장했다. 그 대상은 박 전 대통령이었다.

심판 과정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의 탄핵사유는 3개, 박 전 대통령은 13개였다.

특히, 탄핵사유의 성격도 차이점을 보였다.

두 건 모두 탄핵사유 중 일부 사유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인정된 점에 있어서는 같았다. 그러나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이 있는냐가 관건이었다.

중대한 법 위반 여부는 법치국가와 민주국가 원리를 구성하는 기본 원리에 대한 적극적 위반행위와 같이 '헌법수호의 관점', 뇌물 수수 및 부정부패 등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의 두 가지 관점이 있다.

변론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은 전자 측면이, 박 전 대통령은 후자 측면이 강조됐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헌재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하면서도 파면할 만큼의 중대한 사안은 아니라고 봤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지적했다.

2004년에는 총 7차례의 재판이 열렸다. 증인은 4명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는 준비절차를 포함해 총 20차례 심리가 진행됐다. 법정에 나온 증인만도 25명에 달했다.

13년 전에는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한 날로부터 두 달여인 63일 만에 선고가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은 3개월여인 92일이 걸리게 된다.

최종변론 후 선고일까지 걸린 기간도 다르다.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2004년 4월 30일 변론이 종결돼 정확히 2주 만에 선고가 이뤄졌다. 지난달 27일 최종변론 후 11일 만에 선고를 하는 박 전 대통령 심판보다 3일이 더 길었다.

선고날짜가 확정된 것도 13년 전에는 선고일 3일 전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는 불과 이틀 전이었다.

헌재를 구성하고 있는 재판관의 숫자도 다르다.

원래 재판관은 9명으로 2004년에는 결원이 없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박한철 헌재소장이 지난 1월 31일 퇴임하면서 8명의 재판관으로부터 심판을 받았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대통령 측의 입장도 극명하게 갈렸다.

노 전 대통령 측은 빨리 선고를 해야 한다고 '속도전'을 강조했다. 오히려 국회 측이 변론을 더 해야 한다고 해서 최종변론이 한 번 더 열리기도 했다.

이에 비해 이번에는 박 전 대통령 측이 충분한 변론을 해야 한다며 변론이 종결된 이후에도 변론 재개 신청을 내기까지 했다.

탄핵심판 시간대도 각각 오전 10시와 11시로 달랐다.

두 탄핵심판의 같은 점이 있다면 선고일이 통상적인 목요일이 아닌 금요일이라는 점이다.

두 대통령 모두 헌재에 나오지는 않았다는 점은 일치한다.

이처럼 시작과 과정이 달랐던 두 번의 탄핵심판은 다른 결론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taejong7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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