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日전문가 "민주적 절차에 정당한 결정…한일관계 마이너스 우려"

입력 2017-03-10 15:50  

[대통령 탄핵] 日전문가 "민주적 절차에 정당한 결정…한일관계 마이너스 우려"

"한국 정체성 다시 생각하게 만든 결정"…위안부 합의 '연속성' 강조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김정선 김병규 특파원 =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에 대해 10일 일본의 전문가들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이뤄진 정당한 결정으로 평가하고 한국 국민 모두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선 주자 대부분이 한일간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재협상 입장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헌재의 결정이 향후 한일 관계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합의 이행이라는 틀 안에서 양국 정부가 관계 정상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57) 도쿄대 한국학 연구센터장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을 한일관계를 복귀시키는 좋은 계기로 작용할 수 있도록 양국이 힘써야 한다. 한국에서는 대선이 치러지고 새 정권이 들어설 텐데 그 사이 주한 일본대사가 계속 부재 상태라면 일본이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 언론에서 야당으로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데 일본이 위안부 합의 등에 대한 한국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좀 더 활발하게 한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실리적일 수도 있다.

한국의 입장에선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한중, 한미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한일관계 개선을 추구해야 한다.

그렇지만 헌재의 결정이 위안부 합의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이것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한 국가의 외교는 연속성을 갖는 것이므로 위안부 합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대선 주자들이 이것을 비판하지만 파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전반적으로 이번 결정이 한일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갖는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긍정적 방향으로 가도록 양국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 아사바 유키(淺羽祐樹·41) 니가타(新潟) 현립대(국제지역학) 교수

탄핵심판이라는 역사적 상황을 현장에서 지켜보기 위해 어제 밤 서울에 왔다.

무엇보다 한국의 민주화가 이뤄진지 올해로 30년이 되는 만큼 이제 법치를 뿌리내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박 대통령을 비롯해 촛불집회 측이나 태극기 측도 포함해서 한국 국민 모두가 결과에 승복하느냐, 헌재가 분쟁의 최종 해결사(last resort)로서의 위상을 보일지에 한국의 법치가 걸려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헌재 결과에 승복한다고 표명하는 것이 중요한데, 과연 그게 나올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당초 이번 헌재 결정 처럼 8대 0으로 탄핵이 인용될 것으로 생각했다. 8대 0의 결과가 나온 것은 (박 대통령의) 승복을 이끌어내고 헌재의 권위를 세우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

즉 7대 1이나 6대 2로 결과가 나오는 것보다 국론분열을 조금이라도 봉합하고 치유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헌재도 생각했을 것이다. 위배의 중대성뿐 아니라 헌법수호자로서의 대통령에 대한 신임 부분을 중히 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정체성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결정이었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한일간 위안부 합의 파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사정변경이라는 원칙이 있기는 하지만, 대통령 탄핵에 따른 파면이나 정권교체는 이 원칙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합의는 구속한다'는 대원칙은 완전하게 지켜져야 한다.




◇ 이종원 와세다대(국제정치학·64) 교수

이번 사안으로 인한 큰 쟁점은 재작년 말 이뤄진 위안부 합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권 시기에 합의를 했는데 탄핵으로 불신임을 당했으니 새롭게 등장할 정부는 큰 과제를 끌어안게 됐다.

한국으로선 내용이 불충분한 합의여서 비판도 많고, 양국 외교 장관의 공동 발표 형식으로 합의의 강도가 낮다고 할 수 있지만, 국제적 합의로 돼 있다. 재협상 또는 추가협상 주장이 많지만, 일본으로선 전혀 받아들일 의사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합의를 파기하면 한국이 더 어렵게 될 수 있다. 이를 서둘러 체결한 박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겠지만, 국가의 책임은 이어지는 것이다. 한국 내에서 이에 대한 반발이 계속되는데 한번 돌아보면 합의 이후 일본 당국자의 발언이나 태도가 상황을 악화시킨 점이 있다.

합의 내용을 보면 양국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라 했으니 이러한 취지를 지키기 위해선 일본도 노력을 해야 한다.

일본이 물리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한국 여론이 격화된 측면도 있다. 10억엔을 출연하고 소녀상 이전을 거론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의 명예와 존엄이 중요하다고 했으면 일본 정부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

한국이 합의 파기를 주장하면 국제적 동의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은 합의 취지에 맞는 일본의 성의를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도 그리 쉽지 않다. 한일관계가 훼손됐고 일본이 우경화되고 있으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 편지를 보낼 생각이 털끝만큼도 없다고도 발언했다.

새로운 한국 정부는 이전보다 좀 더 포괄적으로 협력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위안부 합의의 기본 취지를 살려야 하고 한일 관계도 좀 더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관계가 훼손된 부분은 수복해야 한다.




◇ 오쿠조노 히데키(奧園秀樹·53) 시즈오카(靜岡)현립대(국제관계학) 교수

매주 비폭력 촛불집회로 시민들의 의견을 표현하면서 헌법재판소라는 민주주의 틀 안에서 제대로된 제도적 규칙에 따라 이런 결론이 내려진 것을 높이 평가한다. 오늘 나온 결과에 반대했던 사람들도 결과에 승복해 더 좋은 대통령을 뽑는데 집중했으면 한다.

그동안 대선 주자들이 무조건적으로 '반(反)박근혜'냐 아니냐는 식으로 논쟁을 이끌어왔지만, 앞으로는 냉정하게 정책적인 논쟁이 진행됐으면 좋겠다. 후보들이 자신들의 정책이나 정치 철학을 제대로 제시해서 대선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

대선 주자들 중에서는 이념 대립을 전제로 하는 선전전을 펼치며 사회 대립을 부채질하는 것 같은 분들도 계셨는데 계속 이런 식이면 한국 사회의 균열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헌재의 결정으로 인한 영향이 마이너스(-)는 있어도 플러스(+)는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이 한일합의를 재고해야한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일본의 아베 정권은 재협상 제의에 응할 생각이 100% 없는 것 같다. 이는 일본 내부 정치적 논리(우익의 반발)로 봐도 그렇다. 이런 상황에선 자칫 위안부 문제는 한쪽에 방치해 놓고 양국 관계가 흘러갈 수밖에 없다.

한국 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모든 것을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알지만, 대선 후보들이 한일합의가 고심 끝에 내린 국가간의 약속이라는 사실은 알았으면 좋겠다. 그 틀 안에서 아베 정권이 할 수 있는 일,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양국 관계가 풀린다.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는 최순실 사건으로 지난 수개월간 미국 트럼프 정권 출범,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김정남 살해 사건 등 격변하는 국제사회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국제 외교의 불투명성 속에서 한일, 혹은 한미일 연대가 중요하다.

앞으로 60일간 대선 레이스에서 후보들이 박 전 대통령에서 한걸음 떨어져서 과거와 미래를 보고 어떤 정책이 좋은지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위안부 합의 등 일본 관련 정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choinal@yna.co.kr, jsk@yna.co.kr,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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